은준관.최일도 목사 위기론 진단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를 통해 드러난 공격적 선교에 대한 거센 비판, 지난 10년간 신도수가 1.6% 감소한 것 등은 한국 개신교회에 닥친 위기의 징후들일까?
개신교계 안팎에서 이러한 위기론에 대한 학술적 토론과 담론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대한감리회 수표교교회(담임목사 김고광)가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 교회의 미래를 전망하는 두 차례의 학술포럼을 마련해 주목을 받고있다.
은준관(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목사는 지난 7일 서초동 수표교교회 예루살렘성전에서 열린 1차 학술포럼에서 한국 개신교회가 쇠퇴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은 목사는 "한국교회는 20세기 중반에 시작된 미국교회의 성장기, 침체기, 쇠퇴기라는 틀과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면서 "1970년대 산업화와 함께 초고속 성장한 한국교회는 1990년을 전후해 민주화로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젊은이들, 인권운동가들, 지식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침체기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20세기말 침체기를 위기의 징후로 보지 못하고 교회 성장의 환상을 포기하지 못한 채 '대형화'라는 자본주의 논리를 선택했다"면서 "미국교회와 '닮은 꼴'인 한국교회의 이 같은 시장지향성은 종교, 교파, 교회사이에 종교전쟁과도 같은 무한경쟁을 불가피하게 등장시켰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한국교회는 대형교회와 영세교회로 양극화됐으며, 향후 생명력을 잃고 텅 빈 교회당만 남는 교회의 죽음을 맞을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 역사의 작은 등불로 소생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은 목사는 "한국교회의 위기는 방언에서 시작해 십일조에 이르기까지 온갖 비본질적인 신앙의 양식들을 하나님의 복음으로 위장해 신자들의 물리적, 영적 에너지를 오도한 데서 온다"면서 "이는 교회론의 신학적 오류로 지적되지만 저속한 표현으로는 한국교회가 사기행각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밥퍼' 목사로 잘 알려진 최일도(다일공동체 대표) 목사도 16일 같은 교회에서 2차로 열릴 학술포럼의 발제문을 통해 "한국교회가 공동체 정신을 잃고 교회중심주의에 빠져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고 점점 안으로 고립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한국교회에 닥친 여러 문제의 바탕에는 교회의 본질적 역할이나 사명보다 물량적 성장을 위해 교회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개(個)교회주의에 있다"면서 "교회가 일단 개교회주의에 함몰되면 타교회는 기껏해야 경쟁상대에 지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과는 달리 교계에는 교회간 경쟁을 공정하게 규제하고 관리할 최소한의 법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가 소형 마트의 탄원으로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한 반면 대형교회들은 여전히 셔틀버스를 운행하면서 지역의 작은 교회들과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치 재벌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처럼 대형교회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이용해 지성전, 지교회를 세우는 것도 지역의 군소 교회들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교회연합운동이 어려운 현실이라든지 교회를 세습하는 사례 등도 1970년대 이후 개교회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생겨난 현상들이라고 최 목사는 말했다.
두 목사는 한국교회가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공동체성의 회복에 있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은 목사는 "한국인에게는 수백 년, 수천 년의 배고픔과 눈물, 질병과 죽음, 침략과 수탈의 비극을 거치면서 살아온 '고난의 영성'이 있다"면서 "성서적 영성과 교감할 수 있는 이런 고난의 영성을 바탕으로 하나님 백성 공동체로서 변화가 일어날 때 한국교회는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한국교회와 교회지도자들이 더욱 낮아져서 초대교회의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 섬김의 삶을 살 때 한국교회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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