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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 아픔과 희망 찾아서...

'한국여성농민운동사' 펴낸 엄영애씨

1988년 부안 노곡 수몰민 대토보상투쟁에 참여한 여성농민들. ([email protected])

1970~90년대 여성농민운동의 산증인 엄영애(67·부안군 계화면 의복리) 씨가 한국여성농민운동의 흐름을 정리한 『한국여성농민운동사- 농민생존권 위기와 여성농민의 조직적 투쟁』(나무와숲 발간)를 펴냈다.

 

엄 씨는 77년 국내 최초의 여성농민운동 조직인 한국가톨릭농촌여성회의를 설립, 초대 총무를 지냈으며 이후 전국농민회총연맹 1~2기 중앙위원, 3~5기 부의장, 전북여성운동연합 2~4기 상임의장 등을 역임했다.

 

여성농민운동의 1세대 격인 엄 씨는 농민투쟁의 모든 현장에는 여성농민들이 함께 했지만, 남성들이 기록하고 작성한 보도와 문서 자료들 속에서 여성농민들의 활동은 나타나지 않는 점이 안타까워 ‘여성농민’ 자료를 정리할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1985년 가톨릭농민회가 주관한 소값 폭락 항의 소몰이 시위도 그 전처럼 남성농민들에 의해서 계획되고 진행됐지요. 여성농민들은 식사 준비하고 시위에 단순 참가하는 것이 다였어요. 당연히 남성들이 소를 끌고 앞장섰어요. 그런데 완주 소몰이 시위 현장에서 선두가 경찰들의 설득과 회유 협박에 주춤하는 거예요. 이때부터 여자들이 고삐를 받아들고 고산면의 농민 집결지까지 나아갔지요.”

 

엄 씨는 소몰이 시위에 여성농민들이 앞장서서 경찰 저지선을 뚫고 집결지까지 시위대를 인도하였고, 이 것이 농민운동을 농민대중운동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또 이 소몰이 시위를 계기로 비로소 여성농민들의 존재와 투쟁성을 인정받았다고 본다. 그러나 각 농민운동단체의 소식지들이 여성농민의 활동과 주장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을 뿐이라고.

 

“2004년 초부터 한국여성농민운동사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료수집에 나섰습니다. 농민운동 여성농민투쟁이 전국을 흔들었던 때가 불과 30년 안팎이었는데도 여성농민에 대한 자료들을 구하기 힘들었어요.”

 

엄 씨는 자료수집 중 세상을 떠나시는 여성농민들이 하나 둘 늘고, 그 가운데도 가톨릭농촌여성농민회 창립 초기부터 여성농민운동에 협력했고 결혼 후 순창 등 농촌지역에 머물며 농사를 짓고 여성농민을 조직화 해온 고 김윤 씨가 마음에 남는다고 들려줬다. 인터뷰 그 다음날 세상을 뜨셨기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수매가 동결과 외국 농축산물 수입, 소값 폭락, 농가 부채증가와 농민자살로 이어지던 때를 거쳐 함평 무안 농민대회에서 농민의 거리투쟁이 확산됐습니다. 1987년의 수세거부 및 농조해체 투쟁에는 여성농민들이 더 많이 참가했고, 고추 제값 받기 투쟁에서는 자기 지역의 여성농민들을 조직화하여 주체적으로 투쟁을 주도했지요.”

 

농산물 시장의 급속한 개방과 함께 전국적 농민대투쟁에 이르기까지 각종 투쟁에 참여했던 여성농민들은 1989년 전국여성농민위원회라는 독자적 조직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엄 씨는 이처럼 『여성농민운동사』를 통해 일제하의 농촌여성, 산업화이전 부터 거슬러서 시대별로 농민운동 흐름과 여성농민투쟁의 역사를 통해 농촌문제, 농민의 아픔을 짚었으며, 농민단체 그리고 여성농민단체 활동 등을 통해 여성농민들의 삶과 희망을 담았다.

 

엄 씨는 1980년대 전북지역에서 일어난 여성농민투쟁으로 소몰이 시위, 장수 장계지서 검거투쟁, 김제 여성어민 투쟁, 수세폐지 전남북 농민대회, 임실 고추투쟁, 부안 노곡 수몰민 대토보상투쟁 등을 들고 있다.

 

"1970년대를 중점적으로 해서 전국적 여성농민회가 자리잡아가는 1993년까지를 고찰했습니다. 앞으로 각 군 면에서 있었던 여성농민들의 투쟁활동이나 조직활동에 관한 자료들, 아직도 귀중하게 보관돼 있을 자료들이 더 많이 발견돼 제2, 제3의 한국여성농민운동사가 발간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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