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사회복귀지원협 유양자 이사장...기결수 235명에게 매달 50만원
“나와서 다 죽이고 나도 죽어버리면 그만이지.”
27살 당시 전과 7범으로 전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A씨(43)는 한 때 사회와 가족, 친구에 대한 복수심에 밤잠을 못 이뤘다. 수감된 지 수년이 지나도록 가족은 물론 누구하나 찾아오는 이 없었다. 영치금 한 푼 없이 지내야 하는 교도소 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공장에서 일할 수 없는 휴일과 명절이면 돈없는 서러움이 극에 달했다. 오후 5시 저녁식사가 끝나고 나면 한 방에 수감된 7~8명이 각자 돈을 모아 음식물을 들였다.
“야, 너도 돈 내놔. XXX, 돈도 없는 놈이 맨날 빈대만 붙어.”
돈 한푼 없는 A씨에게 동료 수감자들의 비아냥거림이 쏟아지고 명절 때면 3~4일 동안 음식냄새를 맡으며 상하는 자존심과 솟는 수치심에 이를 갈았다.
“이 기간 당하는 창피는 이루 말로 못합니다. 속으로 칼을 갈며 악심을 키워가는 겁니다. 음식뿐이 아닙니다. 치약이 떨어지거나 칫솔이 부러지거나 팬티 고무줄이 나가도 돈이 없으면 그냥 살아야 합니다.”
A씨는 “교도소 안에서도 엄연히 빈부격차로 인한 양극화가 있으며 그 속에서 당한 돈없는 설움은 교정이 아닌 분노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영치금이 전혀 없어 교도소 내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경제적 소외감과 자존심 손상을 겪는 재소자를 돕기 위한 민간 모임이 전국 최초로 전북에서 생겼다.
지난 8월 18일 무주종합복지관 김진 사무국장(39)을 회장으로, 삼풍화학 유양자 대표(65)를 이사장으로 한 사회복귀지원협의회가 창립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현재 회원은 90여명. 전주시에 사는 의사와 약사, 변호사, 사회복지사를 비롯 출소한 재소자 10여명 등이 함께 했다.
전주교도소에 있는 1300여명의 기결수 중 영치금 한 푼 없는, 즉 단 한번의 면회도 하지 못한 기결수는 238명. 사회복귀지원협의회는 매달 50만원을 전주교도소에 보내 영치금없는 기결수들에게 1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사회에서 크지 않은 돈 1만원은 교도소 내에서는 자존심과 교화의지를 지키며 한달을 살 수 있는 돈이다.
유양자 이사장은 “가정이 있더라도 전과 3~4범 이상되면 친지와 친구가 모두 연을 끊는다”며 “이렇게 버려진 재소자들은 교도소 내에서 사회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출소 뒤 또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무의탁 기결수들을 돕는 것은 그들을 돕는 한편 시민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김진 회장은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미개척분야인 교정복지를 사회복귀협의회를 통해 확장하는 한편 전국적으로 이 사업을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