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경전.비단.발원문 등 400점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전북 군산 소재 동국사는 석가 삼존불에서 발견된 300-400년 전의 불교 복장 유물 400여 점을 30일 공개했다.
복장(伏藏)이란 불상(佛像)을 만들 때 그 가슴에 금.은.칠보(七寶)와 같은 보화(寶貨)나 서책(書冊) 등을 넣는 것을 일컫는다.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인 동국사는 이날 "최근 전북도 문화재 지정 심의를 위해 삼존불을 엑스(X)선으로 조사한 결과 가섭존자와 아난존자상 안에서 불교 관련 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면서 "이 유물들은 조선 초-중기의 목판본 및 직물사를 연구하는 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국사에 따르면 조선 효종 1년(1650년)에 만든 이 삼존불 안에서는 사리와 후령통(候鈴筒. 사리함 일종), 1586년 흥복사(김제시 소재) 간행 '묘법연화경'을 비롯한 경전류 49권, 보협인다라니경, 발원문(불상 조성 내력서), 볍씨나 기장, 녹두를 포함한 곡식류 등 총 400여 점이 나왔다.
후령통 안에서는 빨간색 사리 1과, 오색 비단천, 명주실, 각종 씨앗과 꽃씨, 칠보(보석류), 사용하지 않은 한지(닥종이) 등이 나왔다.
특히 발원문에는 '순치7년 9월2일(효종 1년.1650년) 금산사 봉안'이라는 구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산성 축조 때 총감독을 맡았고 병자호란 당시 승병장을 지낸 벽암 각성스님의 이름을 비롯해 불사에 참여한 2천여 명의 명단이 기록돼 있다.
이밖에 김제 흥복사와 전주 귀신사 등에서 간행된 목판본 '묘법연화경'은 서지학자들의 판본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 유물들은 문화재적 보존가치가 높아 조만간 전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될 전망이다.
1910년 경술국치 직전에 지은 동국사는 국내 전통사찰이 아니라 일본 승려들이 건립한 절로 현재 국내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며 1970년 대 중반 조계종에 등록됐다.
사찰에 모셔진 삼존불 역시 원래는 금산사 대장전에 모셔져 있던 것으로 김남곡 스님(1913-83)이 1950년 대 후반 동국사에 불상이 하나도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모셔온 것이다.
박순호 원광대교수(전 원광대박물관장)은 "목재에 진흙을 섞어 만들어 희소가치가 있는 불상에서 온전히 보존된 유물까지 나와 의미가 더 깊다"면서 "이번에 발견된 서책류와 천류 등은 당시의 생활상과 불교사,직물사 등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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