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삶에서 느낀 열패감 시로 노래하다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씨를 쓰거나 시집을 내놓은 것은 아닙니다. 삶에서 부딪히는 문제와 제가 느낀 열패감(劣敗感)을 시로 풀어냈죠. 아픔도 있고 삶을 살면서 경계해야할 것도 담았습니다.”
지난 1993년 전태일 문학상에 시 ‘지리산에서’ 외 9편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던 전주 출신 황규관 시인(39)이 시집「패배는 나의 힘」을 내놨다.
“제가 시인이라는 사실을 절친한 지인 몇몇을 빼놓고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특별히 시인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도 않고요. 또 현재 영업 관련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인이라는 사실이 별다른 도움이 못돼요.”
「철산동 우체국」(1998),「물은 제 길을 간다」(2000)를 출간한 이후 7년만에 세번째 시집을 내놓은 황 시인.
전주남초등학교 2학년 때 삼례읍으로 이사해 삼례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당시 삶을 고통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음의 고향은 언제나 전주입니다. 하지만 전주에서 행복했던 기억은 없습니다. 개인사가 너무 복잡한 것도 있고 경제적으로 너무나 어려웠죠. 다른 사람에게 고향이 귀환하고 싶은 곳이라면 저에게는 마음 언저리에 있는 짐과 같다고 할까요.”
그에게 시는 중학교 시절 짝사랑과 함께 다가왔다. 시를 써야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이성에 대해 눈을 뜨면서 자연스럽게 시를 쓰게 됐다.
“유년기에 이성에 대한 감정이 자연스레 시로 표현됐어요. 짝사랑이 저를 시인의 길로 인도한 셈이죠.”
“고교시절(포항공고)에 문예반 활동을 한다거나 이런 것은 없었어요. 교내 백일장에서 시조시인이신 선생님께 시좀 쓴다는 소리를 들은 것이 전부였죠. 하지만 조금씩 제 자신을 시로 표현해가는 능력을 키우는 시기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한강가에 켜놓은 가로등 수만큼은 함성이 있어야/ 혁명이라 믿었던 때도 있었지만/ 백로지나 우는 귀뚜리 울음에/ 귀가 지금껏 젖어 있다/ 퇴행이라 해도 좋으니 이제는 세상의 불빛을 끌 때/···/내 안의 불빛도 이만 끄고/ 바람이 되어 숲과 울 때다’(‘이제는 세상의 불빛을 끌 때’中)
「철산동 우체국」에서 스스로를 어둠이라고 불렀던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세상이 지나치게 빛을 추앙하고 흠모한다는 생각을 놓지 않는다. 구로노동자문학회 사무실에서 감성을 다듬어온 시인은 자신의 삶의 얼룩을 담담하게 적고 이 얼룩을 독자들이 읽으며 조금은 공감하기를 기대한다. 그가 이번 시집의 명패를 ‘패배는 나의 힘’으로 삼은 것도 누구나 살면서 조금은 공감할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제 이력서는 지금도 허름하고 심지어 영혼마저 누추하기 그지없다”며 “독자들이 제 시에서 ‘선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어려웠을 때를 생각하면 조금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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