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6일 평양에서 들려준 작품들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뉴욕필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로린 마젤은 공연에 앞서 지난 20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왜 평양공연을 하는지'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음악은 비정치적이고 무당파적이며 특정 현안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평화로운 교감이 이뤄지는 곳으로 사람들과 문화를 함께 불러모으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잘되면 뉴욕필의 평양공연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인식에 온화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음악에 굳이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가라고 이의를 달 수도 있지만 이번 뉴욕필의 평양공연은 외교 실험대로 주목받는 자리인 만큼 그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필이 공연을 시작하면서 북한의 국가인 '애국가'와 미국의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연주한 것은 미국 오케스트라가 북한 국가를 연주하고, 평양 한복판에서 미국 국가가 울려퍼지는 역사적 장면을 보여줌으로서 북미화해의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국가 연주에 이어 본 공연에서 들려준 작품들은 미국적인 색채와 의미가 다분히 들어있으면서도 북미화해의 메시지를 담고있다.
'파리의 미국인'은 미국이 자랑하는 작곡가 조지 거슈윈이 1928년에 완성한 곡으로 미국에서 탄생한 재즈를 가미한 작품이다. '랩소디 인 블루'의 작곡가로도 유명한 거슈윈이 프랑스 파리 여행에서 얻은 미국인의 영감을 표현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재즈, 영화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작곡한 거슈윈은 39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쳤다.
신세계교향곡은 1893년 뉴욕필이 초연한 곡으로 체코 출신인 드보르자크가 미국으로 이주한 뒤 받은 인상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신세계는 미국을 의미하는 것이다.
체코 국민의 애환을 담은 작품을 남긴 드보르자크는 미국에서 흑인과 아메리칸 인디언의 음악적 요소가 가미된 분위기의 작품을 작곡했다고 한다.
첫 곡으로 연주된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 서곡은 '결혼행진곡'으로도 유명한 '혼례의 합창'에 앞서 연주되는 전주곡으로 결혼이 의미하는 것처럼 북한과 미국이 적대관계를 접고 새로운 미래로 나서길 바라는 염원이 담긴 곡 선택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조르주 비제의 '아를의 여인', 레너드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 등에 이어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환상곡'을 선곡한 것도 북미화해의 메시지를 담으려는 뜻이 깔려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28일 서울 공연에서 들려줄 작품 가운데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뉴욕필의 서울공연 공동 주최사인 MBC는 뉴욕필이 "서울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을 연주해 숙명적으로 연결된 남북한의 운명적 관계를 표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뉴욕필은 서울공연 레퍼토리를 '운명'과 함께 '에그몬트 서곡',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등 베토벤 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2004년 서울과 대전 내한공연에서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말러의 교향곡 5번,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 등을 들려준 바 있다.
평양과 서울을 잇따라 방문해 음악으로 연결하려는 뉴욕필의 시도는 향후 다양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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