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간에 열정을 담는다
㈜율그룹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김희순 씨(55·전주·메가피아도시건축연구소장)는 전북지역 여성 건축사 1세대로 요즘 어깨가 무겁다.
연륜이 쌓이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그리고 여성후배들에 대한 책임감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해피홈(희망의 집짓기) 설계분과 위원장을 맡아 기본설계를 무료로 해주면서 보람을 느낀다. 지난해 3월 어려운 수술을 받고 '부활'한 기쁨과 행복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더 커졌다.
공대 여학생이 희귀동물이다시피했던 때인 1978년 전북대 공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주택공사에서 15년동안 근무하면서 '첫 여성과장' 타이틀을 얻었던 그는, 90년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92년 전주에서 율건축사사무소를 열었다.
전주에서 개업한 여건축사는 8명. 설계에 재능이 있는 여성들 가운데 결혼한 뒤 활동하는 여성이 거의 없다. 김 대표는 경험상 건축 설계는 여성이 담당하고 현장은 남성이 담당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본다. 설계분야에서 나만의 전문직이라는 애정을 가지고 힘이 들어도 끝까지 밀고 나가서 여성들이, 근성을 가진 여성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설계사무소가 비전이 없다면서 건설회사를 선호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끊임없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밤새워 일하는 그 과정이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이 어려움은 '만들어가는 과정'과 디자인에서 얻어지는 재미에 비할 바가 못된다고 그는 생각한다.
'건축은 철학'이라고 확신하는 그는, 훈련과정에서 겪는 고뇌를 즐긴다. '뭔가 내 이름으로 하고 싶다.' 이것이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건축이 개인재산 개념보다 공적재산 개념이 강해지는 추세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건축'을 고집하기보다는 건축주가 원하는 내용을 담되 도시 전체를 아름답고 조화롭게 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고가에 상대방의 마음을 빨리 읽는 편인 그는, 일에 있어서만은 겁이 없다고 말한다. 어려운 결과를 예측하고 걱정하기보다 덤비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시대적으로 변화된 흐름을 받아들이는 데도 그 누구보다 유연하다. 서울 등지를 부지런히 돌고 책을 읽고 메인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는 그의 부지런함이 비밀무기다. 이는 공개경쟁과 무한경쟁시대에 그가 현상설계에서 성공하는 비장의 무기이기도 하다. 건축형태도 패션처럼 스타일 면에서 시대적 흐름이 있다. 재질 등 건축자재의 발달도 설계 발달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그는 건축사의 밝은 비전을 철석같이 믿는다. 2007년말 제정돼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건축기본법에 따르면 건축에 기획설계 감리 지구단위기획 타당성조사 등이 포함돼 건축의 개념이 더욱 확대되면서 사후관리, 건축물유지관리 등 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임실군 청사, 한전 무주지사 사옥 등 많은 설계작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전북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전북대BIC도서관에 애정이 간단다. 김 대표는 자신의 이름이 제대로 들어가는 공간을 위해 오늘도 건축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전주시 아름다운건축상 금상, 전라북도청사 현상설계 우수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현재 대한건축사협회전북지회 법제, 민원처리 위원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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