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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은 지금 공공디자인 열풍

부산-구도심 광복로 민·관·학 주도로 다시 활기

부산광복로 ([email protected])

지금 대한민국은 공공디자인 열풍이다.

 

모든 도시가 공공디자인으로 도시경관을 바꾸는 사업에 매달리고 있다. 전주시 역시 예술도시국을 신설, 공공디자인으로 '1000년 전통도시' 이미지를 살리는 '아트폴리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자체들은 단순히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서 내심 관광객 유치까지 기대하고 있지만, 전국의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희소가치도 사라지고 있다. 윤종영 한양대 교수는 "공공디자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수요는 늘었지만, 정작 공공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상업적 디자인을 했던 사람들이 공공디자인을 맡게 됐을 때 공공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재단 광주사무소가 진행한 지역신문발전기금 위탁연수 '문화도시 그리기: 공공디자인과 음악제'를 통해 공공디자인으로 도시를 바꿔가고 있는 지역의 사례들을 살펴봤다.

 

 

△ 죽어있는 공간의 부활 : 부산 광복로와 대안문화공간 반디

 

부산 광복로와 대안문화공간 반디는 '죽어있는 공간의 부활'이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인 구도심 광복로는 공공디자인을 통해 재생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반디는 폐쇄된 목욕탕을 대안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광복로(光復路)의 광복(光復)' 프로젝트는 주민 주도, 민·관·학이 협력하는 혁신적 프로세스, 보행자를 위한 '느림의 거리' 지향,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을 통합하는 토탈 디자인, 역사성과 지역성 반영, 원도심을 재활성화시키는 공공디자인,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는 진정한 공공디자인 등 광복로를 이해하는 7개의 키워드를 먼저 세웠다. 행정과 주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아름다운 거리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공모를 통해 디자인을 선택할 때는 대상 작품들을 광복로에 전시하고 전국 최초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광복로 시범가로추진위원회 위원장 우신구 부산대 교수는 "대부분의 가로경관개선사업들이 유지 및 발전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업종료와 함께 과거 모습으로 되돌아간다"며 "주민들이 스스로 사후관리를 할 수 있도록 '광복로문화포럼'을 창립했다"고 말했다.

 

김해 야간경관과 통영 야간경관 ([email protected])

 

1999년 개관한 대안공간 '섬'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반디는 목욕탕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김성연 대표의 의지에 따라 2007년 광안 2동의 동네 목욕탕으로 이전했다. 아직도 전시공간 한 가운데는 탕이 버티고 있지만 젊은 작가들은 이를 작품의 오브제로 사용하거나 목욕탕 타일을 원고지 삼기도 한다.

 

반디는 유망작가 지원프로그램과 신진작가 및 전시기획자 발굴프로그램, 부산국제비디오페스티발 등의 전시와 작가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기꺼이 부산 작가들의 자료를 수집하고 국내외 큐레이터나 미술관 등에 배포해 지역미술 한계 속에 놓여있는 지역작가들을 위해 다양한 예술적 시도와 지원을 하고 있다.

 

 

△ 공공디자인, 작은 도시를 바꿔놓다 : 김해와 통영

 

경남 김해와 통영은 도시가 가진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역량으로 다른 도시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곳이다.

 

찬란한 가야문화를 가지고 있는 김해는 '가야의 거리'로 유명하다. 2007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든 '가야의 거리'는 시가지 전역에 산재한 역사문화자원을 종합적으로 정비해 가야 고도로서 지역의 정체성도 확보하고 있다.

 

김해는 도시경관분야의 선진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도시디자인이란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2000년 전국 지자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도시디자인과를 신설, 박사급 전문인력을 갖추고 도시디자인에 대한 각종 정책을 수립해 왔기 때문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도시인 통영은 수려한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지역 출신인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7년 완료한 중앙간선도로 '예술의 거리' 조성사업은 대표적인 예. 유명미술인의 작품이 담긴 아트타일을 주민들은 사비를 들여 구입해 깔 정도로 높은 참여도를 보였으며, 버스 승강장에는 통영 출신 예술가 윤이상 전혁림 김형근 선생의 초상화가 프린팅됐다. 자투리 공간에는 박경리와 김상옥 유치환 김춘수 등 통영 출신 문인들의 시비와 표석을 설치했다.

 

야간경관 조명사업은 두 도시 모두 중요하게 진행하고 있다. 김해시는 '밤이 아름다운 도시 김해' 사업을, 통영시는 '밤바다가 어울리는 도시 야경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아 영산대 교수는 "각 지자체가 야간경관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계획을 세울 때부터 이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 지자체 공공디자인 정책에 대한 우려

 

지자체 공공디자인 정책을 바라보며 전문가들은 1995년 단체장 직선제 실시 후 유행하기 시작한 CI작업을 떠올렸다. 진지한 고려 없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에 지자체장의 치적 과시용이나 다른 지자체 따라하기의 혐의를 거두지 못한다.

 

지자체 공공디자인 정책은 자칫 일방통행식, 주입식, 하향적, 시혜적으로 추진돼 정작 주민들의 참여와 자발성은 도외시될 위험이 높다. 주민들이 소외되고 지자체장의 의지와 외부 전문가의 아이디어만으로 추진할 경우, 지역적 정서나 특성이 무시된 시설물들이 들어서거나 도시미관과 공공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한민호 문화체육관광부 공간문화과장은 "지역의 특성과 장기적 도시계획, 거리 전체의 조화 등을 고려하고 주민들과 긴밀하게 협의하는 가운데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며 "공공디자인 사업은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며, 지지부진해 보일지라도 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가는 '문화'와 '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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