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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민심은 천심 - 지 광

지 광(숭림사 주지·익산사암연합회장)

얼마 전 대선에 이어 총선을 치르다보니 우리 사회의 민심이 상당히 혼란스럽고 분별심이 다소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라와 국민들을 잘살게 해보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것까지는 참으로 좋은 일인데 평소에 이름조차 모르던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이 유권자들의 심정인 것 같다.

 

정당정치의 원칙이 무너지고 이해관계에 의한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모습이며 뚜렷하게 차별화된 정책대안조차 전혀 없다는 것 등 한 가지도 좋아진 것이 없는 이 나라 정치관습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국민의 선택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하였듯이 국민의 뜻은 위대하고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의 뜻이 바로 누구도 거스릴 수 없는 역사의 흐름임도 알아야 한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한 가지 우려스러운 일은 정치와 종교, 정치와 경제가 혼돈의 시대를 엮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종교는 종교 본연의 영역에서 벗어나서는 결코 안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종교인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버젓이 만연하고 있으니 말이다.

 

잘 먹고 잘 입고 잘살기만 하면 된다는 위험한 발상에서 우리 국민들이 하루 속히 깨어날 수 있어야 되는데 오히려 배금주의의 깊은 혼침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다수의 이웃들을 깨어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겠다.

 

물질만능이 지옥을 지향하는 길이라면 정신이 향기롭게 깨어 있어야 극락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천육백 년의 오랜 역사 속에서 불교가 추구하고 있는 정치기조는 정법(正法)이 아니라 정법(定法)이다.

 

서로 정하고 약속한 대로 정치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옳다, 그르다 하는 가치관은 자칫 집단 이기주의로 흘러갈 수가 있다. 절대 옳은 것도 절대 틀린 것도 없다는 것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하여 다 체험해본 사실이다. 금강경에서 부처님께서 고구정녕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부처님께서는 무유정법(無有定法) 명 무상정등각(名 無上正等覺) 이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뜻인즉 위없이 큰 깨달음 즉 진리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언가 가치관을 설정하고 사유하거나 결정해 버리는 것은 모순이다. 정치인과 정치인들이 정해놓은 약속들을 철저히 지켜 나가야 할 것이며 더군다나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나가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의 선택에 철저히 승복하고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당선자는 당선자대로 자만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낙선자는 낙선자대로 실망하지 말고 의연하게 한 번쯤 자신을 뒤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여유와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식량이 핵무기보다 훨씬 더 무서운 무기가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이 수차에 걸쳐 경고하고 또 경고해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더니만 지금 당장 식량위기설이 나돌며 세계적인 폭동까지 염려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상기하면서 정치 지도자는 물론이요 국민 모두가 선지식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국민이면서도 어떤 중요한 사건이라 할지라도 쉽게 망각해버리고 마는 건망증이 다소 심하다고나 할까 정해놓은 법까지도 쉽게 까먹고 마는 우리들의 거친 사고를 이웃중심, 국민중심으로 대전환을 이루어내는 총선이 되어 정해진 법에 따라 약속을 존중하는 의지의 한국정치사가 열릴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축원하고 축원하는 바이다.

 

/지 광(숭림사 주지·익산사암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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