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좌절·편견 극복위한 도전기 時 160여편 수록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청동거울).
이 간절한 바람은 시각장애인인 송경태 전북시각장애인 도서관장(47·전주시의원)의 첫 시집 제목이다.
최근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펼쳐진 '지옥의 레이스'를 완주하며 세상을 놀라게 한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지 모르지만, '아,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며 한탄하는 시 구절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실명은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습니다. 마음 속에 일렁이는 '자살'을 '살자'로 선택하고 하루에도 수없이 혀를 깨물고 뛰었지만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죠."
1982년 군대에서 수류탄 폭발 사고로 1급 시각장애인이 된 그는 여러번 자살을 시도했지만 1998년 시작한 마라톤으로 삶의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됐다. 마라톤 풀 코스는 물론, 미국 대륙 2200km 도보 횡단,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마라톤과 중국 고비사막 마라톤도 완주했다. 올 11월에 열리는 남극 마라톤대회에도 참가, '극한 마라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은 장애를 극복하는 '불굴의 의지'로 설명돼온 그가 마음 속에만 꾹 눌러 감춰뒀던 이야기다. 시각장애인으로서 느낀 좌절과 상처, 사회의 편견에 대한 분노,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과 희망까지, 160여편의 시가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이 갖는 편견의 무게는 물론,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비장애인들보다 더 크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책임감과 상실감도 감추지 않았다. 문학작품으로서 시가 갖는 예술성은 부족할 지 몰라도 그 진정성으로 감동이 있는 시집이다. 소설가 김준식씨는 "그의 시는 결코 눈으로만 읽히지 않았다. 가슴으로 읽혔다. 서사적인 인생이 녹아있는 장편소설로 읽었다"며 그의 시집을 추천했다.
2000년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을 만들고 2001년 문자를 음성으로 전환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든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음성출력용 이차원 바코드를 부착해 시각장애인들이 시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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