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사랑·회한 등 세상이야기 맛깔스럽게 표현
"삶을 성실하게 대하며 나눈 마음의 대화를 열심히 기록했고, 그 기록이 그릇에 넘쳐 또이렇게 여섯번째 시집을 내놓게 됐습니다. 한 곳을 천착하는 것도 보람이 있겠지만, 폭넓은 만남을 위해 오지랖 넓게 너른 마당을 폈습니다."
「물보라에 젖은 연가」(신아출판사)를 펴낸 김계식 시인(68)은 발문 대신 서문과 후기로 여섯번째 시집을 열고 닫았다.
"시집을 내놓을 때마다 함께 실었던 귀한 발문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설피 낳은 산물에 칭찬만 적어놓은 것 같아 부담스럽더군요. 그래서 이번 시집만큼은 독자들에게 맡겨보려고 합니다."
읽는 이들이 나름의 시선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시인. 다작(多作)을 하는 그에게 주제별 시집을 권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는 "시가 작가 중심으로 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거절했다. 각자 자기 시상(詩想)을 뚫고나갈 수 있도록, 시인의 시는 독자들의 잠들어있는 시심(詩心)을 여는 역할이면 만족한다고 했다.
"기쁨과 웃음이 표피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라면 아픈 것, 어두운 것은 마음을 깊이 파고들어 오래 남는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안그래도 답답하고 복잡한 세상, 제 시까지 눈물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짧은 시 한 편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돌파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문득 머리 위로 지나가는 계절은 '풍(風)-풍류(風流)'에, 그리움과 사랑은 '정(情)-세정(世情)'에, 시리고 아픈 마음은 '한(恨)-회한(悔恨)'에, 생활의 귀감은 '기(氣)-운기(運氣)'에, 모두가 잘 되기를 비는 마음은 '원(願)-소원(所願)'에 묶어 담았다.
삶을 시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말하는 시인. 그러나 서정적인 시들 사이에서 교훈적이고 비판적인 시들은 더욱 도드라진다. 평생을 교육자로 살며 늘 가르침을 염두에 뒀던 시인은 주석을 많이 달아놓았고, 전화기와 계산기의 숫자판의 통일을 호소하는 한편 도량형 통일의 모순을 날카롭게 꼬집어 놓았다.
진안 마령고 교장, 전북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전주 교육장 등을 거친 시인은 현재 전북시인협회와 전주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창조문학가협회 전북지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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