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호 교수 '시여, 연애를 하자' 펴내
"시를 읽지 않는다. 소통이 활발하지 못하다. 시는 이제 시인들끼리만 주고받는 자위적 사발통문인 것인가. 아니면 감각과 비쥬얼의 자본주의 시대에 암약하는 시 게릴라들끼리 은밀히 주고받는 삐라에 불과한 것인가."
시가 음용하기 쓰디쓴 한약 같은 존재가 된 시대. 이미 3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양병호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48)가 시 대신 내놓은 시 해설집 「시여, 연애를 하자」(시문학사). '양병호의 재미난 시 읽기'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99편의 시와 그에 대한 해설이다.
개인적 기호에 따라 선택한 것들. 최승범 김남곤 허소라 송하선 정양 김용택 안도현 이세재 조기호 등 지역 문인들의 많은 작품들이 그의 눈으로 재해석됐다.
"대학에 있다보니 아카데믹한 글을 주로 쓰게 되는데, 시에 대한 논문을 써봤자 대중은 접근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시를 쓰고 공부하다 보니 대중에게 서비스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모든 인생사가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시학 전문 용어를 쓰기 보다는 압축적인 시를 쉽게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구어체와 존대말을 쓴 것도 독자에 대한 존경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시인들의 마음을 담기 위해서다.
"쌩쌩 바람 부는 겨울에 국밥 같은 시를 배달하는 전령사이고 싶습니다. 무성영화 같은 인생이 상영되는 세상에 소탈하고 맛깔스럽게 시를 변설하는 다정다감한 변사도 좋지요."
때로는 농밀한 시를, 때로는 트로트같은 시를 써온 양교수. 시와 연애를 권하는 그는 대중적인 시들로만 채워진 시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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