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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 시인, 사람·자연 등 정겨운 이야기 '숲길' 출간

소나무 숲 사이로 햇살 보며 인간의 고뇌를 씻어내다

12년째 시인 최형 선생의 시상을 열고 닫게 하는 소나무 숲길에서. ([email protected])

익산 함열읍 연화마을 봉화산 자락에 자리한 하얀 외딴 집.

 

4일 이곳을 찾았다. 담장도 대문도 없어 수도원을 연상케 했다.

 

집앞을 서성이고 있으려니, 들어오라며 누군가 손짓했다.

 

시인 최형 선생이다. 말없이 그를 따라 걸었다. 집을 가로질러 널따란 산자락에 이어진 오솔길이 보였다.

 

여섯 발자국쯤 걸었을까. 소나무가 듬성 듬성 심어진 숲이 나타났다.

 

그의 시상을 열고 닫게 하는 산책로다.

 

"아침에 늘 20∼25분 정도 여길 걸어. 아침은 거를 지라도 걷기만큼은 거르지 않지. 여기서 저 하늘의 지옥이 아닌, 이 땅의 천국을 봐.”

 

시집 「숲길」 (신아출판사)을 출간한 최선생. 그가 이 집에 산 지 벌써 12년째다. 막내 아들과 공동 설계해 지은 보금자리다.

 

2층 서재로 장소를 옮겼다. 남쪽 창을 빼고는 빙 둘러 책장 뿐이었다. 2000∼3000여 권 돼 보이는 책들은 분야별로 분류돼 있었다. 대부분 빛 바랜 문학서적이었다. 원로 시인의 면모를 느끼게 했다.

 

이번 시집의 시편들 중에서 그의 대표적인 애송시는 '해가 저문다' 와 '두 깃발' 이다.

 

'거기 해 그림자를 보듬는 네가 있고 / 해 그림자에 지워지는 내 그림자가 있다'( '두 깃발'중에서) '서로가 애 터지다 보니 / 해가 저문다' ('해가 저문다'중에서)

 

그는 두 시의 공통 분모가 멍울진 채로 풀지 못한 '한(恨)'이라고 했다.

 

노시인의 저작 계획을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머뭇거린 끝에 자서전「한 세상 이 숨결」 을 집필중이라고 했다. 허전하다 못해 펜을 든 것이 2∼3년 전이라는 것이다.

 

루소의 「참회록」 처럼 제 자신에게 엄격해 보려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자신을 객관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도 실감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제 그는 눈 수술로 집필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처지. 병원 신세를 지고 있어 운동권의 젊은이가 와서 모든 것을 도와드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실감하지 못할 정도의 펄펄 끓는 열정인 것이 놀라웠다.

 

최선생은 김제 출신으로 동국대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아 1984년 자원 명예퇴직을 한 뒤 집필과 사회운동활동을 열성적으로 해 왔다. 저서로 「푸른 겨울」 「다시 푸른 겨울」 「두 깃발」 「강풀」 등이 있으며, 소설집 「건널목 햇살」 수필 산문집 「해와 강의 숲」 「들바람 부는 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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