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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화의 발견] ⑤소극장을 말하다

열악한 환경속 예술의 열정은 뜨거웠다

지난 11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 '도시의 문화, 소그장' 관련 집담회 '소극장을 말하다'에는 김영오 우듬지소극장 대표, 류경호 전북연극협회 회장, 이도현 소극장 아르케 대표, 최균 사람세상 소극장 대표, 홍석찬 창작소극장 대표가 참석했다. 최선범([email protected])

모든 연극인들의 꿈, 소극장. 그러나 소극장 운영자들은 소극장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지난 11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 '도시의 문화, 소극장' 관련 집담회 '소극장을 말하다'에는 김영오 우듬지소극장 대표, 류경호 전북연극협회 회장, 이도현 소극장 아르케 대표, 최균 사람세상 소극장 대표, 홍석찬 창작소극장 대표가 참석했다.

 

소극장이 많지만, 소극장을 화두 삼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들은 "임대료가 비싸 시설 투자를 하지 못하는 서울과 비교해 전북지역 소극장은 모자람이 없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류경호 전북연극협회장·김영오 우듬지소극장 대표·홍석찬 창작소극장 대표·최균 사람세상소극장 대표·이도현 소극장 아르케 대표 ([email protected])

 

이날 집담회에서는 극장과 극단의 분리 경영, 문화예술공간으로서의 다양한 활용, 상근인력 확보 등이 소극장 운영에 있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으며, 소극장협의회 형식의 연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소극장 대표들이 말하는 소극장 이야기를 가감없이 옮겼다.

 

▲ 류경호 회장=전북 연극의 역사 속에서 그동안 많은 소극장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졌다.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소극장 운영에 있어 과거 선배들의 방식만을 답습한다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좌절감에 빠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소극장 운영에 있어서 새로운 기획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소극장 업주'들이 모였는데, 소극장 시설개선이나 소방안전 등은 뒷전이라도 운영과 관련해 할 말들이 많을 것 같다. 특히 우듬지소극장은 지난 7월 개관했는데, 실제 운영해 보니 어떤가.

 

▲ 김영오 대표=우린 소극장에 맺힌 게 많다. 연극을 하려고 극단을 만들었는데 공연할 곳은 없고, 하루에 15∼20만원씩 하는 대관료는 부담이 너무 컸다. 2006년 소극장연극제에 80만원을 지원받고 참여했는데, 대관료만 160만원이 나왔다. 2007년에도 대관료로만 1000만원이 넘는 돈이 나갔다.

 

아직 관객은 적더라도 대관료를 들이지 않고 장기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 홍석찬 대표=창작소극장은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소극장으로, 내년에 개관 20주년을 맞는다. 20년이 보통 세월은 아니다.

 

돌이켜 보면 과거 소극장은 개별 극단의 것이 아닌, 공공의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극단마다 하나씩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소극장이 많아졌다. 경쟁도 할 수 밖에 없다. 공연을 많이 올리는 것은 물론, 시설투자나 관객 서비스 면에서도 나아져야 한다.

 

▲ 류회장=전북에 8개 소극장이 있는데, 이 중 5개가 전주에 몰려있다.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겠지만, 연극 역시 전주 중심이다. 전북 안에서도 지방에 있는 소극장 상황은 어떤가?

 

▲ 최균 대표=군산 사람세상소극장은 1998년 개관해 장소를 세번 옮겼다. 중간에 1년 정도 쉬는 기간도 있었다. 초반에는 작품 하나당 15일∼20일 정도 공연을 했는데, 관객이 없어 공연을 못한 날도 있었다. 요즘에는 한 작품당 10일 정도 공연하는데, 적으면 300명 많으면 600∼700명까지 관람한다.

 

관객층은 다양해졌지만, 관객 숫자는 좀처럼 늘지 않는다. 하지만, 극단 연습실을 가지고 있어도 기본 임대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왕이면 연습실 보다는 소극장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소극장 대부분이 단원들 손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극장을 열고닫는 일에 두려움은 없다. 하지만 극장이 있다가 없으니까 나부터가 갑갑하더라.

 

▲ 이도현 대표=익산은 과거 미다소극장과 솜리소극장이 있었지만 다 문을 닫고, 최근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솜리문화예술회관 소극장만이 있었다. 대관료 때문에라도 장기공연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소극장을 오픈하고 나니 사람이 없어서 힘든 것이지, 두달에 한번 꼴로 작품을 올릴 수 있었다.

 

소극장이 생기고 나니까 관극회원 모집도 훨씬 잘됐다. 소극장에 대한 개념이 없던 사람들도 직접 소극장에 와보고 나면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 익산은 소극장이 하나 생김으로써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 같다.

 

▲ 김대표=맞다. 소극장이 많아진다고 해서 서로의 관객을 빼앗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전체 파이가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

 

▲ 류회장=그렇다면 소극장 운영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최대표=인력이 있어야 소극장이 운영된다. 그러나 월급이 전혀 없는 게 현실이다.

 

▲ 김대표=소극장 운영에 있어 상근인력이 1명은 필요하다. 물론, 많으면 좋겠지만 1명이란 게 얼마나 소박한 꿈인가.

 

▲ 이대표=우리는 기획자 1명, 시설관리자 1명을 두고 있다.

 

▲ 류회장=공연에 따라 필요 인력은 달라지겠지만, 소극장 운영을 위해서는 기획, 기술인력, 공연진행 등이 각각 따로따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소극장 현실은 1명이 모든 것을 다 맡는 현실이다. 과거 상근 개념을 도입해 본 적이 있지만, 비상근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서로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 홍대표=도내 소극장은 대부분 극단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극단과 소극장 개념이 분리돼 있지 않다. 창작극회와 창작소극장 역시 인력 부족으로 인해 극단 기획자가 소극장 기획까지 맡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극단과 소극장이 엄격하게 분리돼야 한다.

 

창작극회가 50년, 창작소극장이 20년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극단 역사보다 소극장 역사가 더 중요하다. 창작극회 50년은 한 단체 역사지만, 창작소극장 20년 역사는 전북 연극의 역사, 전북 공연예술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소극장 공연을 본 사람들이 대부분 극단 보다는 극장을 기억하는 것을 보면 극장이 주가 되는 것 같다.

 

▲ 류회장=창작소극장은 내년에 개관 20주년을 맞는데, 특별한 행사라도 준비하고 있는가.

 

▲ 홍대표=창작소극장 개관공연이 '남자는 위 여자는 아래'였다. 당시 그 작품들을 관람했던 관객들과 연극인들의 만남을 주선할 예정이다. 20주년 기념작품으로 개관공연을 다시 하는 계획도 생각하고 있다.

 

▲ 류회장=도내 소극장들의 연대는 전북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소극장연극제가 유일하다. 이제는 소극장연극제를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을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 홍대표=소극장이 거의 없던 초창기에는 극장 가동률을 늘리기 위해 각 극단이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형식이었지만, 소극장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각각의 극장이 일정한 기간 동안 자신의 극장에서 작품을 올리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16회째를 맞는 올해는 회원 극단 및 소극장에는 250만원, 준회원 극단 및 소극장에는 150만원을 제작비로 지원했다.

 

▲ 최대표=올 초 소극장 대표들을 중심으로 소극장연합회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 김대표=전주만 해도 5개의 소극장이 밀집돼 있는 만큼, 소극장 지도를 만들거나 계간지 형식으로라도 소극장 간의 소식지는 어떨까.

 

▲ 이대표=정기적인 소식지가 부담이라면, 소극장연극제에 참여한 소극장의 공연사진 등을 넣어서 달력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류회장=현재 소극장은 연극이 중심이 되고 있지만, 연극만으로는 소극장 운영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른 분야와의 교류를 통한 수익사업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소극장연극제 이외에도 소극장 페스티벌에 관한 의견이 나왔으며, 내년 정도면 구체화될 것 같다.

 

▲ 참석자 전원=소극장은 늘 열악해 왔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많은 작품들을 무대에 올려왔다. 소극장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 사회에 직간접적으로 기여를 해온 만큼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또한 전북 내 소극장이 8개로 늘어난 지금, 내 극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소극장 운영과 관련해 공동으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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