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선생과 함께한 나날들' 출간
올해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을 맞아 '건국'의 시기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계속된 가운데 임시정부의 상징적 인물인 백범 김구를 되돌아보는 책이 발간됐다.
'백범 선생과 함께한 나날들'(푸른역사 펴냄)은 백범이 숨질 때까지 만 4년반 동안 비서를 지내며 그의 인간적 모습을 가까이 지켜봤던 선우진(86) 옹이 들려주는 회고담이다.
선우 옹은 아직도 "백범 선생의 서거는 나의 불민(不敏)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죄스러움을 넘어 팔십이 훨씬 넘은 내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기억 속에 살아있는 내가 아는 선생의 모습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는 것이 내 마지막 의무가 아닐까 한다"며 백범의 생생한 모습을 책에서 전하고자 했다.
선우 옹이 백범을 처음 만난 것은 1945년 1월31일 충칭(重慶)에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갔을 때였다. 이후 그는 1949년 6월26일 백범이 안두희가 쏜 총탄에 맞아 숨질 때까지 비서로서 그를 수행하며 역사의 현장에 함께했다.
수많았을 기억 중 회고록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1948년 4월19일의 이야기다. 1948년 단독정부 수립에 앞서 분단을 막고자 김일성을 만나러 38선을 넘던 바로 그 순간 백범과 백범의 아들 김신 씨와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어 옆에서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던 백범 암살의 현장 모습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1949년 6월26일 오전 11시30분께 포병 소위 안두희가 백범을 만나기를 청했고 오후 12시40분께 안두희를 2층의 백범에게 안내한 선우진 비서는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지하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 아주머니가 만둣국이 다 되어간다고 말하는 순간 위층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고,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하고 2층으로 뛰어간 선우진 비서의 눈에 비친 것은 안두희가 손에 권총을 든 채 고개를 숙이고 2층에서 내려오는 모습이었다. 권총을 계단에 철커덕 떨어뜨린 안두희는 "선생님을 내가 죽였다…"라고 말했고 백범의 얼굴과 오른편 가슴에는 유독 붉은 피가 왈칵 흘러나오고 있었다.
벌써 60년 가까이 된 사건이지만 아직도 노옹은 그 순간을 떠올리며 "백범 선생의 수행비서로서 선생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평생 잊지 못하고 있다"면서 "45구경 권총을 차고 있었던 안두희에게 왜 좀 더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는지 지금도 죄책감이 든다"고 말한다.
선우 옹은 그런 자책 때문에 오랫동안 회고록 집필을 사양해 왔지만 백범 전집 발간과 백범기념관 완성, 그리고 최근 백범이 10만원권 초상 인물로 선정되는 등 백범이 다시 평가받는 것을 보고 자신이 아는 선생의 모습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는 것이 마지막 의무라는 생각에 회고록을 펴내게 됐다.
선우 옹은 서문을 통해 "백범 선생은 독립운동가이자 조국통일에 헌신한 사람이기 이전에 범부(凡夫)를 자처하면서 따뜻한 인간애와 검소, 절제를 몸소 보여주었다"며 "당신 자신이 으뜸이 되기보다 나라와 국민을 섬긴 겸손한 분이었고 진정한 지도자는 바로 그러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최기영 엮음. 35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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