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책 주장은 편견..민초들 삶 생생히 담아내 다음달 초 완성본 나와
"「전주부사」라고 하면 무조건 '일본인들이 쓴 책' '친일파 책'이라고 폄하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오해입니다. 「전주부사」를 보면 우리 고장의 우수성과 당위성 등 일본인들이 주장할 수 없는 기록들이 열거돼 있는데, 이는 항일의식이 투철했던 역사학자 효산 이광열(「전주부사」 표제 쓴 서예가) 선생과 임명길 선생(「전주부사」에 실린 사진을 찍음)이 중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주부사」는 전주에 대해 가장 잘 기록해 놓은 '종합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주부사」 번역 작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인철 「전주부사」 번역편찬위원(81)은 "일본에 의해 쓰여진 책으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전주부사」야말로 「동국여지승람」이나 「택리지」 등에 단편적으로만 그려진 전북의 역사를 총망라하고, 왕실의 문화를 기록한 실록과 달리 민초들의 삶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부사(全州府史)」는 1933년 일제에 의해 전주부제가 실시되면서 1936년 착수해 1942년에 완성된 '전주 근세사의 종합총서'. 현재 전주에 3권, 일본에 2권 정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본이 이위원 손에 들어온 것은 1958년으로, 사진 작업으로 책 편찬에 관여했던 임명길 선생에게 직접 받은 원본이다.
"체육인으로서 처음에는 체육 관련 기록들이 많아 「전주부사」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그 가치를 알고 번역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원로라도 역사의 토대를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현장으로 나와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했죠. "
2007년 번역편찬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시작된 「전주부사」 번역작업은 현재 마무리 단계로, 다음달 초 번역본이 나올 예정. 이에 앞서 24일부터 3월 1일까지 전주 교동아트센터에서 '전주부사 사진전'(오픈식 25일 오전 11시)을 연다.
전주문화원이 주최하고 전주부사번역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옛 전주부 청사를 비롯해 선화당, 음순당, 제일은행, 전주농공은행, 남문 등 「전주부사」에서 선별된 사진과 전주부의 관아도와 고지도 등 100여점이 전시된다. 「전주부사」 원본도 공개할 예정. 그는 "「전주부사」에 등장하는 문헌들 중 일본에 있을 것으로 확인되는 문헌과 유실된 문화재적 가치의 사적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더불어 회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전주부사」 중에는 일본인의 정치적 야욕과 한국인을 저급민족으로 멸시하는 내용이 나타나 있기도 하지만, 일본에 반기를 들고 자존심을 걸고 싸운 신흥학교 폐쇄사건 등도 기록돼 있습니다. 뼈아픈 과거의 일을 잊어서도 안되고 현재에 와서 새로운 각도에서 재해석해 우리가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위원은 "왕조의 뿌리가 있고, 자연재해로부터도 안전하고, 결국 일본도 침략하지 못한 전주는 참말로 무릉도원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전주는 국가의 정신적인 심지가 될 수 있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평안북도 출신으로 6·25때 전주에 온 그는 "굴러들어온 돌이지만, 전주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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