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게 모범되고 자식들에게 교훈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죠"
"언젠가 TV에서 '진품명품' 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박물관'이 떠올랐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전에 내가 소유하던 물건이 어딘가에 잘 활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기증이 시민들한테도 모범이 되고 자식들에게도 교훈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최근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에 옛 책 61점을 기증한 송정식씨(72·전주시 효자동). 전주사범학교를 나와 2000년 전주우전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송씨는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고서들이 후손들을 위한 교육자료와 연구자료로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5년 전 돌아가신 아버님이 한학자셨습니다. 부안향교 전교를 지내셨고, 우아동 기영경로당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한문도 가르치셨죠. '패성시사'라는 출판사를 운영하며 평생 책을 모으셨는데, 많이 없어지고 그나마 남아있는 책들을 박물관에 기증하게 됐습니다."
송씨가 기증한 옛 책들은 2002년 역사박물관 개관 당시 민화 300여점을 기증했던 고 김철순 선생에 이어 가장 많은 분량이기도 하지만, 학문적으로도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태인에서 발간한 방각본으로 공자와 72제자간의 문답을 기록한 「공자가어(孔子家語)」, 문관(文官)과 음관(陰官)의 가계를 기록한 「문음팔세보(文陰八世譜)」, 한방서로 신체 각 부분에 대한 특징을 밝히고 그 부분에 생기는 질병과 치료법을 쓴 필사본 「삼의경험방(三醫經驗方)」, 음양오행설에 의거해 일상생활의 길흉을 가리는 책인 「증보참찬비전천기대요(增補參贊秘傳天機大要)」 등이다. 이외에도 조선중기 서예가인 한석봉이 쓴 글을 탁본해 놓은 「석봉서첩」, 조선 말기 대표적인 성리학자 기정진이 보낸 안부편지를 모은「노사유고(蘆沙遺考)」 등 학술적으로 연구 가치 높은 유물들이 포함돼 있다.
송씨는 "개인이 유물을 관리하다 보면 도난이나 망실, 훼손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기증이 곧 유물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유물 기증은 그 자체로서 매우 뜻깊은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자칫 훼손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에 대해 '1가구 1기증' 운동을 펼치고 있는 역사박물관 측은 "송씨의 기증으로 기증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며, 올 4월 기증·기탁 전시실을 재개관하면서 송씨 기증 유물 중 일부를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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