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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섬진강 시인 김용택

 

힘들고 애환 어린 역사를 간직한 섬진강이기에 많은 시인들이 '저문 섬진강'을 노래한 모양이다.

 

고은 시인은 시 '섬진강'에서 '뼈저리거든 뼈저리게 서럽거든, 섬진강을 저문 섬진강을, 아주 오랫동안 보라'했고, 이시영 시인도 시 '형님네 부부의 초상(肖像)'에서 '보랏빛 물결의 저녁 섬진강'을 노래했다. 이 서럽도록 아름다운 섬진강은 성급히 휘돌지도, 바삐 여울져 흐르지도 않고 한 굽이 돌 때마다 정갈한 모래톱을 속살로 드러낸다. 그래서 이원규 시인은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 겸허하게 오시라'('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중)고, 복효근 시인은 '땅 낮은 섬진강'과 '하늘 높은 지리산'은 몽룡과 춘향이 되고 출렁이는 사랑이 돼 '너나들이 우리 / 사랑은 단 하루도 천 년'('춘향의 노래' 중)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섬진강은 또 천 년이 가도 섬진강….

 

그러나 누가 뭐래도 '섬진강 시인'은 김용택이다. 바람이고, 산이고, 물이고 싶은 시인은 작은 굽이로 돌아가는 섬진강을 닮았다. 섬진강의 물과 바람과 바위는 빼어난 시(詩)정신과 산문정신을 키워냈고,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일깨웠다. 시인의 산문집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를 살피면 '서럽도록 아름답다'고 했던 서정(抒情)의 강변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김용택 시인의 두꺼운 눈썹과 부리부리한 눈에서 배어 나오는 섬진강의 '시'들은 날카로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넉넉한 웃음처럼 사람을 울린다. 이것이 바로 섬진강이다.

 

/최기우 문화전문객원기자(최명희문학관 연구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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