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식 김학수 신승호 신철균씨 초대…빛바랜 풍경, 아련한 향수
하늘에서 내리는 함박눈이 흰 쌀 같아 보기만 해도 배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의 순박한 삶은 잊혀진 지 오래됐지만, 빛바랜 사진 속에서는 아릿한 향수로 다가온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이 열고 있는 '그때 그 시절을 아시나요'展엔 원로 사진작가 김춘식(72) 김학수(76) 신승호(67) 신철균씨(80)가 초대됐다. 추운 줄도 모르고 계단식 밭으로 달음박질치는 동네 꼬마들, 홀딱 다 벗고 나무에 매달려 다이빙 하던 개구쟁이들, 바닷가에서 가족들의 생계를 날마다 감내하고 있는 아주머니의 뒷모습…. 피사체 속 인물들은 삶이 안겨주는 고난과 슬픔을 감당하고 있지만, 앵글은 이 모든 것들을 따뜻하게 밝힌다. 그 미세하고도 극적인 움직임을 좇는 일에 대한 설렘 때문에 이들은 아직까지도 카메라를 놓지 않는다.
매주 목요일 전북일보에 '김학수의 오래된 기억'을 연재하는 김씨는 '눈길','만추' 등을 선보였다. 라이카 카메라 한 대가 쌀 20∼30가마 하던 시절부터 시작한 그의 경력은 50년. '눈길'은 군산 째보선창 인근에 있는 기찻길을 무대로 한 사진이다. 김씨는 "그게 내 데뷔작"이라며 "거짓 없는 것이 사진이며 내 인생 전부가 바로 사진" 이라고 말했다.
신철균씨는 1963년부터 군산을 중심으로 한 항만 하역장·해망동시장·째보선창·우풍화학 일대 가난하고 고달펐던 삶의 현장을 담아온 작가. 날 것 그대로의 아이들 웃음꽃을 담아 동네에선'사진사 할아버지'로 통한다. 그는 작품 '군산' 외에도 '충남 장항' 등을 통해 전쟁 뒤 폐허와 가난, 고향을 떠난 찢김의 삶 속에서 희망이 담긴 옛 풍경들을 그려냈다.
김춘식씨는 이번에도 전라도의 농민들을 찍었다. 남원, 완주, 장수, 순창 등을 지키는 외로운 싸움을 하는 어르신들의 민낯을 흑백의 명암을 살려 찍은 것. 김씨는 "흑과 백으로만 찍어서 보면 단조로우면서도 강렬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더 잘 나타낼 수 있었다"며 "이는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를 충돌시키라는 브레히트의 이론을 접목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1968년부터 어린이와 농촌 풍경에 천착해온 신씨는 '개구장이', '겨울나무','마이산노을' 등을 선보였다. '개구장이'는 '깨복쟁이들'이 나무 위에 올라가 다이빙 연습하던 장면을 찍은 사진. 그는 유일하게 흑백사진 외에도 칼라 사진 몇 점을 더 선보였다.
신씨는 "어린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은 그 자체가 희망이고 즐거움"이라며 "커가면서 그런 것들을 다 놓치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들을 통해서 거짓 없는 인간의 '순수함'을 순간 포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8일까지 전북도청 기획전시실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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