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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위 '한지붕 두 수장' 시작

김前위원장 "계속 업무"..예술위 "기관 마비 우려"

2008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해임된 뒤 최근 자신에 대한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낸 김정헌(6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광수(72) 현 위원장이 근무하는 대학로 예술위 본관 건물로 출근, 이 기관 초유의 '한지붕 두 수장' 체제가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전철을 타고 이날 8시 50분 예술위 본관으로 출근했으며 앞서 오 위원장은 승용차를 타고 오전 8시 20분께 사무실로 나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오 위원장은 직접 마주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이 본관으로 들어서기 직전 윤정국(52) 사무처장이 마중을 나와 옆 건물인 아르코미술관에 임시로 마련한 별도의 위원장실로 안내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윤 사무처장에게 "부당한 해임이니까, 법원이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해서 왔다"며 "오늘 업무보고 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사무처장은 "요구하면 업무보고는 하겠지만, 한 기관에 위원장이 두명인 상황으로 기관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며 "그런 점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 문제는 문화예술계의 망신이지만 유인촌 장관의 엉터리 해임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유 장관에게 따져보라"고 대꾸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나도 고민 많이 하고 나왔다. 무리하게 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기본적인 업무는 계속 볼 것"이라며 "2, 3일은 휴가를 내는 형태로 나오지 않고 4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출근을 지속할 의사도 밝혔다.

 

또 "궁극적인 목표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임기가 보장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며 정신적, 물질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청구 의사도 내비쳤다.

 

임기가 올해 9월까지인 김 위원장은 문화부가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 규정 등 위반을 이유로 2008년 12월 자신을 해임하자 바로 소송을 제기, 법정 공방을 벌여왔으며 예술위는 작년 2월 임명된 오광수 위원장이 그동안 맡아왔다.

 

이와 관련, 문화부는 서울 행정법원 행정12부(장상균 부장판사)의 지난 26일 해임 처분 효력정지 결정에 대해 서울 고등법원에 항고해놓은 상태다.

 

한편, 예술위는 이날 위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두 위원장 체제라는 기이한 현상은 예술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으며 직원들에게도 심각한 혼란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계의 존경을 받는 지도자인 김 전 위원장이 자신이 몸 담았던 조직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스스로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의 숙고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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