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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학박물관 통해 다문화사회 정착했어요"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터키인 이민자와 기존 독일인 사이에 마찰이 심했어요. 그런데 터키인과 터키 문화를 이해하는 프로그램을 민족학박물관이 진행하고 나서는 터키인 관련 범죄율이 줄었다는 통계가 나왔죠. 민족학박물관이 다문화사회 갈등 해결에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된 셈입니다."

 

무려 18년 동안 독일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장으로 일하는 불프 쾨프케 관장은 '단일민족 신화'를 넘어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한국에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14일 '민족학박물관의 과거ㆍ현재ㆍ미래'를 주제로 열린 '세계민족학박물관장 초청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쾨프케 관장은 재임 중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을 일부 지식층뿐 아니라 어린이와 이주민, 다문화가정 등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또 그가 기획한 축제 등 여러 프로그램은 다문화사회 정착에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5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만난 그는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곳"이라며 "독일에서도 경찰이 이민자들을 인종차별적으로 대우해서 문제가 됐던 적이 있지만 경찰관들에게 다문화교육을 시행하자 이들이 이민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기업 대상 교육이나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도 상당한 효과를 봤다. 가령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는 독일인 매니저와 이민자 직원 사이에 마찰이 많았지만 독일인 매니저들이 다문화교육을 받고 나서는 이민자들에게 자신들이 잘못 대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독일인들이 편견을 갖지 않게 하려고 처음에 고학력 이민자들을 먼저 만나 대화를 나누도록 하는 방법을 택했다.

 

"교육 후에 독일인 매니저들은 '우리가 그들을 더 잘 대우해줬다면 레스토랑 운영도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동안 엉뚱한 데 돈을 낭비하고 있었다'고 말하더군요."

 

일반인들에게는 축제를 통해 여러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각국의 축제를 이민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시행하도록 하고, 박물관은 이 축제를 행정적ㆍ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한국인들이 중심이 돼 축제가 진행됐던 적도 있었다. 행사의 주최가 한국인이 되고 박물관은 후원을 맡았던 만큼 축제는 철저히 한국의 관점에서 진행됐다.

 

"한국인들은 신이 나서 한국 문화를 소개했습니다. 한국어와 한글을 알리고 한복을 뽐냈으며 김치를 맛볼 수 있게 했지요. 축제를 통해 그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도 처음에는 이같이 않았다. 한국인들에게 돈을 주고 탈춤을 보여달라거나 김치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공연하고 전시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마련한 행사는 살아있는 행사도 아니었고 너무 형식적이어서 독일인들도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축제는 달랐다. 신기하게도 독일인들까지 이 다문화축제를 즐겼다. 그들은 축제를 통해 자신들이 그동안 잘 몰랐던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접하고 한국이 어떤 나라이며 한국인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궁금해했다. 민족학박물관을 찾는 관객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그는 이런 축제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나와 같은 인격체로 여기게 한다고 했다.

 

"독일에는 포르투갈인 가정부가 많습니다. 포르투갈 축제를 하기 전까지 독일인들은 그들을 그저 가정부로 여겼어요. 하지만 축제를 통해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장기와 전문성을 보게 되자 독일인들의 생각이 달라졌지요."

 

하지만 이제 막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한국에는 민족학박물관이 없다.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온 이민자들은 주말마다 대학로 등 곳곳에서 좌판을 벌이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인들과의 융화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해 그는 "한국 정부에서 다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다문화사회에서 민족학박물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면 곧 설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학박물관이 이민자들은 물론이고 한국사회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설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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