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연륜·공력 필요 승무는 절제미 있어야…전라도 멋과 음식·정 잊은 적 없어"
"춤은 순서만 따라간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경험을 쌓아 터득을 하는 것이며,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느껴야 하는 겁니다. 외형적인 기교가 아니라 연륜과 공력이 필요하다는 거죠. 특히 승무는 절제미가 있어야 해요."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조교인 임이조 서울시립무용단장(60)이 전주에 왔다.
전북무용협회와 금파춤보존회 금파무용단이 26일부터 29일까지 우석대학교에서 열고 있는 '제6회 하계강습회'에 승무 강사로 초대를 받았다. 강습을 위해 전주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 생각보다 강습받으러 온 남학생들이 많았지만, 정작 무용 인구는 예전보다 줄어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전북에서 쌍벽을 이루었던 최선 선생과 고 금파 김조균 선생을 중심으로 무용 식구들이 많았다"며 아쉬워 했다.
"1981년 전주대사습 장원을 하고 전북에서 공연도 많이 했었어요. 2000년부터 2006년까지는 남원시립국악단에 있으면서 춘향이 가지고 북한 공연도 다녀왔죠. 전라도의 멋과 음식, 정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사실 제 본적이 옥구예요. (웃음)"
그는 "예향으로서 전북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전통춤 분야의 문화재 지정에는 인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저도 승무 전수조교가 된 지 20년입니다. 지금도 무릎이 아픈데, 언제 문화재가 될 지 몰라요. 나중에 활동력을 다 잃고 난 뒤에 문화재가 되면 나이 때문에라도 무리가 있지 않겠어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때 우리 전통문화를 키우고 가꿔놓을 필요가 있지요."
그의 승무는 스승인 이매방류. 큰 움직임 없이, 그렇다고 서두르지도 않으며 세찬 장삼 놀음과 빼어난 발디딤새만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스승의 춤은 그를 겸손하게 만든다.
"우리 선생님이 기복이 심하세요.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혼도 많이 내세요. 사람들 많은 데서 크게 혼난 적도 많지만 섭섭한 마음도 그 분 춤을 보면 금세 잊어버려요. 선생님에 대해서는 언제나 위압감, 부담감이 있는데 아마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겸손함을 배우지 못하고 건방졌을 거예요."
그는 "세상에 저렇게 무거운 춤이 있다는 걸 스승의 춤을 보고 깨달았다"고 했다.
'백조의 호수'가 본래 목적은 아니었지만, 최근 그는 '백조의 호수'를 한국춤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서울시립무용단이 내 손님, 내 팬을 억지로 앉혀놓는 식상한 공연을 한다고 생각했고 시민들의 관심을 끌 필요가 있었다. 임단장은 "몇 백년 동안 다듬어진 명작을 몇 개월 준비해 올린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였지만, 욕도 관심이 아니겠냐는 각오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를 대표하는 한옥마을에 오픈된 마당극장을 만들거나 시내에 작은 소극장을 마련해 젊은 무용식구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어떨까요. 전주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전주춤을 보여주고, 전주 시민들에게는 우리춤을 좀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는 "전라도의 춤은 다른 지역 보다 깊이가 있다"며 "전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춤을 지켜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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