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시설 통합 운영으로 문화자원 효율성 높여
경기도의 문화예술기관 대부분은 경기문화재단(이사장 김문수, 대표이사 권영빈)이 통합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박물관(용인)과 경기도미술관(안산), 백남준아트센터(용인), 경기도자박물관(광주), 실학박물관(남양주),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광주) 등 재단이 경기도가 설립한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 등 9개 문화예술기관의 운영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도 2개의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재단이 홍보책자를 통해 밝힌 주요사업은 문화예술진흥사업과 문화시설 통합운영, 문화시설 건립 및 조성 등 크게 세가지. 재단 안에서 시설 운영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 짐작할 수 있다.
문성진 경기문화재단 기획팀장은 "재단이 통합 지원하는 운영기관들은 경기도의 문화적 에너지 확산과 문화예술 활동의 거점을 지향한다"며 "이들 기관들을 재단이 맡음으로써 운영의 효율성과 자율성 측면에서 자유로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공사립박물관은 대학 포함 140개 정도. 재단은 직접 운영하는 기관들 이외에도 환경이 열악할 수 밖에 없는 민간 박물관 및 미술관을 대상으로 학예사 및 사업 지원 등을 해주고 있다.
▲ 건립부터 운영까지 재단이 나서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전국적으로 재단 설립 바람이 불고 있는 것에 반해 경기문화재단은 이른 시기에 만들어졌다. 1997년 문화예술인 활동을 지원하는 문예진흥사업을 주요사업으로 전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것. 2008년 3월 경기도사업소였던 경기도박물관과 경기도미술관, 조선관요박물관(현재 경기도자박물관) 등 세 기관을 합쳐 운영하게 되면서 재단 사업은 '문예진흥사업'과 '문화시설 관리'라는 두 축으로 재편됐다.
재단이 박물관을 위탁운영하게 된 것은 1996년 당시 각 자치단체마다 설립돼 있던 국립중앙박물관 산하 박물관이 경기도에만 없어 도지사가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게 되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박물관은 경기도 사업소 형태로 관장은 공모를 통해 계약직으로 채용되는 상황이었고, 직원들은 모두 공무원 신분이었다.
문팀장은 "관장은 1년이나 2년 있다 떠나고 학예직을 포함한 나머지 직원들은 정년직 공무원이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져 활성화가 잘 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특히 관람객 증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전시 프로그램 등 실제 사업에 변화를 주지 못하고 홍보 역시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면적이나 인구에 비해 문화시설이 부족하다는 여론을 바탕으로 백남준아트센터, 실학박물관 등이 재단 주도로 설립되거나 설립 준비에 들어가면서 2008년 박물관과 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조선관요박물관의 통합운영이 결정됐다. 단순히 만들어 놓는 데 그치지 않고 건립 후 운영까지 맡아 활성화까지 책임지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재단의 통합운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문팀장은 "문예진흥기금을 관리하던 재단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냐는 의견과 재단 한 해 예산이 1000억원 정도 되는데 규모가 너무 비대해 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 말부터 경기도내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토론회나 공청회를 수차례 열고, 외국 사례를 연구했다"고 밝혔다.
문팀장은 "지금은 통합운영 3년째로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통합운영을 통해 연중무휴와 야간개장을 실시하면서 해마다 관람객들이 늘고 그로 인해 사업비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 통합운영으로 효율성 및 교류 증대
재단이 문화시설을 통합운영하면서 누리게 된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각 시설들간의 네트워크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문화재단은 올해만 2억2000만원의 예산을 세워 '경기도-31개 시·군' '경기도-해외기관'간 네트워크 형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 등의 문화인력과 시·군 문화예술담당 공무원간 협력활성화 및 정책네트워크를 구축해 학술사업과 협력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과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 문화시설들과의 교류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통합운영을 통해 홍보마케팅 및 매체 운영에 있어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재단 사무처와 박물관, 미술관을 통합해 문화상품을 개발, 각 문화시설 아트숍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각 시설의 홈페이지를 통합운영 및 관리를 통해 경기도 문화예술 포털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었다. 재단 사무처가 중심이 돼 각 시설 홈페이지를 유지보수하고 운영지원 효과를 누릴 수 있었으며, 경기문화교양지 '경기문화나루' 발간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도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장단점이 될 수 있지만, 도와의 정책 공조가 유리해 지역문화를 소재로 한 전시 등을 통해 경기도 대표 문화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었다. 올 상반기만 해도 경기도박물관의 '경기관찰사'와 6·25 특별기획전 '비망록 1950', 경기도미술관의 '경기도의 힘', 실학박물관의 '다산과 가장본 여유당집' 등 경기도 특성에 맞는 특별기획전과 연계 프로그램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통합운영은 예산 운용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 재단을 통해 각 기관의 기본 예산을 어느 정도는 미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음년도 사업을 여유있게 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해도 지난 6월 2011년도 사업 예산이 이미 가닥이 잡힌 상태다.
예산 활용에 있어서도 각 기관이 내는 수익은 다시 그 기관에 투입하도록 했다. 행정에서는 예산이 남으면 다시 반납하는 구조지만, 재단은 기업 회계 방식으로 이월제도를 도입해 각 기관이 상황에 따라 융통성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통합운영 이후 사업비가 3, 시설비 및 관리비가 7이었던 것이 6대 4로 긍정적 변화가 왔다.
그밖에도 통합운영 이후 행정지원분야를 축소하는 대신 학예분야를 활성화시켰다. 박물관 미술관이 사업소일 때에는 관장이 공석일 경우 총무과장이 직무대리를 하도록 했었지만, 통합운영 후 학예실장이나 학예팀장이 직무대리를 하도록 조정했다. 또한 각 기관간 인사교류도 가능해졌다. 또한 사무처에서 실시하는 기관 평가 이외에도 재단 대표이사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각 기관장 회의와 학예팀장 회의를 주관해 기관간 직간접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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