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 돈가스? 한 입 먹으면'샤방샤방'
숨 가쁘게 군산 나운1동 언덕길을 올라 도착한 'D돈가스'는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여름 휴가철에만 잠깐 문이 닫힌 거려니 했는데, '임대'란 글귀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어이쿠, 이젠 어떡하지?' 내공 있는 수제 돈가스를 찾아 벌써 몇 달째 돌아다니는 나를 위해 친구 J가 야심차게(?) 추천한 집이었다.
발길을 돌려 돌아오는 내내 유리창 너머로 보였던 메뉴판의 예쁜 POP 글씨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바로 이런 걸 찌질하다고 한다.)
본래 서양요리인 커틀릿(cutlet)이 일본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생겨 났다는 돈가스. 처음엔 오븐이 아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돼지고기가 아닌 소고기를 구웠다고 한다. 이후 기름에 튀기는 요리법으로 변형되면서 닭고기와 돼지고기가 사용됐으며, 결국 돼지고기가 가츠(カツ), 즉 커틀릿의 주된 재료로 자리 잡으며 돈가츠(豚カツ), 우리에겐 돈가스라 불리게 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아무튼 정통 레스토랑이 아닌 곳에서 포크 커틀릿(Pork Cutlet)이 돈가스인 줄 몰랐다 한들 큰 허물은 아닌 듯하다.
익산 '돈까칠'에서 돈가스를 포장해 가는 날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와, 일식집 돈가스네요", "고급스러운 돈가스 정말 잘 먹었습니다"란 말들이다. 한결같이 맛은 물론 비주얼에도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이름 있는 이자까야(일본식 선술집)의 덴뿌라(튀김)를 연상시킬 정도로 고소하고 아삭아삭한 비결은 각별한 기름 관리와 신선한 돼지고기 숙성에 있다. 식용유는 정제해서 재사용하지 않으며, 엄선한 돼지등심을 염지하여 일주일 정도 숙성시킨 후 사용한다.
몇 안 되는 메뉴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로스가스'다.
'로스가스'에 사용되는 등심은 120~130g이며, 우스터소스와 과일 등이 상큼하게 어우러졌다. '샤르방'한 튀김옷 아래 느껴지는 등심의 넉넉하고 두툼한 식감은 이미 규모 있는 경양식집 돈가스를 능가한다. 로스를 두드려 넓게 편 '옛날왕돈가스'는 '로스가스'에 비해 고소한 맛이 강하고, 1000원을 더 보태면 '돈까칠'의 모든 돈가스를 맛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 메뉴 가격이 5000원 안팎이라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란다. 기회가 주어지면 소박한 이자까야를 여는 게 꿈이라는 왕용기 씨(36)가 운영하며, 얼마 전부터 100% 천연 향신료를 사용한 카레라이스를 하루 50인분 한정 판매한다.
▲ 메뉴: 로스가스·생선가스·돈가스덮밥 각 5000원, 옛날돈가스·카레라이스 각 4000원, 모듬가스 6000원, 커플세트 1만4000원
▲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8시30분
▲ 위치: 익산시 창인동 1가 41(구 뉴타운백화점 위쪽 사거리에서 성심직업전문학교 방향 50m 앞)
▲ 전화: 063-843-4782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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