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오픈마켓과 인터넷 서점이 도서를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하는 '반값 행사'를 실시하면서 출판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오픈마켓 11번가는 이달 말까지 전 도서를 최고 반값에 할인 판매하는 '도서 전종 반값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가가 1만1천원인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의 경우 도서정가제에 따라 10% 할인된 9천900원에 SKT 멤버십 50% 추가 할인을 적용해 4천950원에 살 수 있다.
지난 9월 대교에 인수된 인터넷 서점 리브로도 최근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였다.
현재 출간된 지 18개월 미만의 신간 도서는 도서정가제에 따라 10%까지 가격을 할인할 수 있고 할인된 가격의 10%까지 마일리지 등을 제공할 수 있다.
11번가의 반값 할인 행사는 고객이 보유한 멤버십 포인트를 통해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어서 도서정가제에 저촉은 안 되지만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편법적인 할인이라는 게 출판계의 지적이다.
이런 판단에 따라 한국출판인회의는 회원사를 비롯해 국내 주요 출판사들과 함께 공동대응방안을 마련, 오픈마켓과 인터넷 서점의 반값 할인 행사에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고흥식 한국출판인회의 사무국장은 14일 "과다 할인으로 중소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으며 책값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면서 "주요 출판사들과 함께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고 국장은 "다음 주쯤 기본안이 나올 수 있다"면서 "실효성과 제재력이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출판사들이 (과다 할인 행사에 따른)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일차적으로는 과다 할인을 중단할 것을 오픈마켓과 인터넷 서점에 요구하겠지만,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에서는 이들 업체에 도서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인 조재은 양철북 대표는 "단순히 할인 판매가 문제가 아니라 과다한 할인 경쟁으로 책값에 대한 독자들의 믿음이 무너지는 게 문제"라면서 "책값에 대한 독자들의 불신이 확산되면서 '출판 생태계'가 파괴돼 출판이 재생산될 수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오늘 배부르기 위해 씨앗을 뿌려도 싹이 안 나는 척박한 토양을 만드는 형국"이라면서 "독자들도 당장에는 큰 폭의 할인 혜택에 만족할 수 있겠지만 출판시장이 붕괴되면 더는 좋은 책을 접할 기회가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도서시장은 매년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펴낸 '2010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일반도서(만화 포함)의 신간 발행 종수는 지난해 42만191종으로 전년보다 2.1% 감소했다.
전국 주요 도시의 오프라인 서점 수도 2005년 2천103개에서 지난해에는 1천825개로 급감했다.
반면 국내 도서시장(2조7천244억원 추정)에서 인터넷 서점의 매출은 지난해 8천938억원을 기록, 전체 매출의 32.8%를 차지했다.
2002년만 해도 9.7%에 불과하던 인터넷 서점의 매출 비중은 2006년 24.2%로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28.1%를 기록하는 등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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