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반죽 12시간 숙성 사용…점심때만 되면 '문전성시'
밀은 단단한 겉껍질을 가진 반면 알맹이(배유 또는 배젖)는 매우 부드러워 쌀이나 보리처럼 도정 과정이 쉽지 않다.
그래서 밀은 제분 과정을 거쳐 주로 분식(가루음식)으로 쓰인다. 제분은 겉껍질을 벗기는 도정과 달리 낟알을 잘게 쪼갠 뒤 그 안에 붙어있는 밀가루, 즉 배젖을 긁어내는 작업이다. 쉽게 설명하면 밀을 크게 부순 다음 점차 더 고운 체를 이용해 거르는 과정에서 밀가루를 얻는다.
좋은 밀가루일수록 백색에서 크림색을 띄며, 가늘고 덩어리가 없다. 우리 밀은 가을에 파종해 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수확하기 때문에 농약은 거의 쓰지 않는다.
메뉴가 오로지 칼국수 하나만 있는 곳…. 김제 백산면 '가보세'이다.
이곳은 익산~김제 간 고속화도로 가장자리에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데다 점심에만 잠깐 문을 여는 탓에 '유령 칼국숫집'으로 불린다. 요즘처럼 눈발이 날리거나 끄물끄물한 날씨에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한적한 시골 마을 칼국숫집이 이렇게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는 뭘까.
우선 TV 맛집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그 흔한(?) 현수막이나 액자가 보이지 않는다. 주인장에게 TV 출연을 안 하는 이유를 물으니 "바빠서 응할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가식적인 친절과 퍼포먼스가 판치는 요즘 세태에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투박하고 솔직한 답변이다.
실제로 가게 들머리에서 주인장이 밀가루를 반죽하는 모습이나 칼국수를 써는 과정을 여과 없이 구경할 수 있다. 밀가루 반죽은 12시간가량 숙성시킨 뒤 그때그때 손으로 썰어 손님 상에 올린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재료는 인근 김제 백산면에서 구입한다. 3년 이상 묵힌 천일염과 재래종 마늘을 쓰며,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도 주인장이 직접 담근다.
평범한 밀가루 반죽에 멸치·다시마·야채 등으로 맛을 낸 육수라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탱글탱글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 맛에 '공깃밥 하나 추가요'를 절로 외치는 곳이기도 하다. 괜스레 소리치다 다른 손님들에게 눈총을 맞느니 가게 한쪽에 마련된 밥통에서 조용히 꺼내 먹는 것도 요령일 터.
먹음직스러운 겉절이와 참기름 향 가득한 콩나물무침도 매번 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반찬. 공깃밥만 추가해 콩나물무침에 비벼 먹는 손님들이 늘면서 생기는 가격 상승의 압박은 고스란히 단골 손님들 몫이다.
지난 1994년 크리스마스(12월 25일)에 문을 연 이곳은 100% 수제 칼국수인 까닭에 '맛이 들쑥날쑥하다'는 혹평과 '명불허전'이라는 찬사가 공존해 왔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주인장 최화자 씨(57·여)의 끈기 덕분에 '가보세'는 20년 가까이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메뉴: 칼국수 4000원, 공깃밥 1000원
▲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30분(일요일·명절 연휴는 쉼)
▲ 주소: 김제시 백산면 상정리 636-6(백산 삼거리 부근)
▲ 전화: 063-546-3356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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