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좌석점유율 85.7%, 지난해보다 9.5% 증가…도내 문화예술인 소외·무료 관람권 남발 개선점
2011 전주세계소리축제가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달 30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올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대체로 성공작이라는 평가가 많은 가운데, 일부 개선해야 할 문제점도 지적됐다.
지난해 존폐논란까지 제기됐고, 조직위원장의 사퇴로 인한 공백, 예산 삭감과 시민들의 불만 등이 겹치면서 위기를 맞았던 상황에서 가까스로 준비해 치러낸 올 소리축제를 결산한다.
△관객몰이 성공
일단 흥행 면에서 올 소리축제는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축제에 몰려드는가를 분석한 좌석점유율에서 지난해 76.2%에서 올해는 85.7%로 증가했다.
대중화를 통한 관객 몰이에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유료좌석 점유율도 지난해 33.3%에서 55.5%로 급증했다.
돈을 내고 찾아오는 관람객이 상대적으로 늘었음을 의미한다.
매진 사례는 개막공연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를 비롯, 2011 광대의 노래, 김형석 with friends, 박재천의 korean grip, 아나야 시즌2, 판소리다섯바탕, 김형석 마스터클래스, 소리프론티어 등이다.
흥보가, 수궁가, 심청가, 춘향가 등 판소리 다섯바탕은 대중에게 인기가 별로 없을 것 같은데도 좌석 점유율이 200%가 넘었다.
한옥마을에서 열린 판소리 다섯바탕의 경우 당초 50석이나 60석 밖에 되지 않는 좌석을 관객이 몰려들면서 100석 이상으로 급조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학인당 등 좁은 장소에서 열린 공연이기는 했어도 인기가 있었다는 얘기다.
집행위원장인 김형석·박칼린 효과가 더해지면서 적어도 많은 관객을 끌어내는 대중화에 합격점을 받았다는게 대체적 평가다.
좌석 점유율 면에서 100% 이상의 기록을 달성한 공연은 38개 공연중 15개나 됐다.
지난해에는 4개에 불과했다.
올해 최고 좌석 점유율을 기록한 공연을 보면 김형석의 마스터클래스가 1위, 판소리 다섯바탕 수궁가(고창)가 2위, 산조의 밤이 3위, 판소리 다섯바탕 흥보가(남원)가 4위 등으로 나타났다.
유료 관객 점유율이 높았던 것은 김형석의 마스터 클레스, 산조의 밤, 판소리 다섯바탕 심청가(장문희 명창)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음악의 다양성 제시
명인들을 위한 헌정무대에서부터 젊은 아티스트들의 창작무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축제로서의 입지를 닦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대중적 코드를 입힌 새로운 공연들도 장르와 출연진들의 세대 간 조화 등에서 눈길을 끌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8개 팀의 국내초청 공연 역시 다양한 실험을 보여준 팀들로 보다 젊고 넓어진 우리소리의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전통 판소리의 계보를 잇고 있는 명창과 산조 명인, 명무, 명고들이 대거 참여, 소리축제의 뿌리를 든든히 지켜냈고,
고창, 남원 등 유서 깊은 판소리 유적지 기행과 함께 젊은 소리꾼들의 공연을 결합함으로써 전통에 대한 다각적인 고찰과 이해를 높였다.
출연자들의 세대 간 균형과 조화, 전통과 대중성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 등도 눈길을 끌었다.
키드존 신설과 국악 예비 마니아 육성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다.
기존 공연+체험을 나누어 진행하던 방식에서 올해 키드존을 신설해 관람객들의 동선을 줄이고 관람의 집중도를 높였다.
폐막일인 4일 오후 6시 연지홀에서는 제29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가 열려 어린 국악도 발굴을 통한 국악발전 노력도 엿보였다.
△무료 관람권 남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올 소리축제 개막공연의 경우 총 좌석은 2037석이었으나, 이중 유료좌석은 37.9%에 그쳤고, 무료 좌석은 1266석으로 무려 무려 62.1%나 됐다.
지난해의 경우 첫날 유료 관객 점유율이 10.4%였던 점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나긴 했으나, 여전히 무료 관람객이 지나치게 많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조직위측은 스폰서를 한 기업체나, 축제와 관계된 행정, 지방의회, 문화예술계, 학계, 언론계 등에 배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닌 수행원이 수십명씩 몰려든 상황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개막공연뿐 아니라, 한옥마을에서 열린 공연중 상당수가 표가 매진돼 돈을 내고 보기위해 몰려든 사람중 상당수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하지만 막상 그 안에 앉아있는 사람중 무료관객이 수두룩했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기업체 후원을 포함한 소리축제 관련 예산은 대략 20억원 가량에 이르렀으나, 관람객 수입은 고작 5000여 만원에 불과했다.
올해에도 채 1억원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1만원짜리 티켓을 산 유료 관람객이 1만명만 돼도 1억원은 넘어야 하는게 상식인데 과연 그 많은 입장객 수입이 어디로 증발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향후 철저한 회계검사는 물론, 최근 3, 4년간 소리축제 조직위 예산이 어떻게 집행됐는지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자화자찬만 해야하나
올 소리축제는 과거에 비해 가장 잘 한 편이었다고 한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평가가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쪽에선 날선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공연의 콘텐츠는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었고, 공동 집행위원장인 박칼린이나 김형석의 인기에 편승한 측면이 너무 많다는 거다.
한 문화예술인은 "대중성만을 추구한다면 송대관이나 조용필을 불러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엄밀히 따지고 보면 대중스타인 박칼린, 김형석에 의해 사람들이 몰린 것을 제외하면 과거에 비해 콘텐츠가 풍부해졌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도내 문화예술인들이 개막공연에 전혀 참여하지 못한채 들러리로 전락한 것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조직위원장이나 집행위원장이 바뀔 때마다 축제의 근간이 뒤바뀌는 풍토 또한 여전히 반복됐다.
만 10년이 넘은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경우 이젠 실무 책임자가 바뀔때마다 자꾸 변화를 꾀하기 보다는 큰 틀의 정형성을 유지하면서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닌, 제도에 의한 틀을 구축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올 소리축제는 어쨋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에 대한 평가는 주관에 따라, 또 저마다 선 위치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올 소리축제가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면, 이젠 더 많은 논란을 벌이기 보다는 올해 이뤄낸 성과를 토대로 보강하는 차원으로 흘러야 한다.
10년전부터 해왔던 논의를 매년 반복하면서 소위 '정체성 운운'만 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기본은 대중성에 두되, 대중스타 한두명에 의존하는 틀을 버리라는 거다.
그리고 이번 축제에서 드러났듯 일반 대중들이 판소리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해외 공연도 좀 탄탄한 콘텐츠로 채워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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