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정기공연 ‘팔만대장경’
무대를 가득채운 합창단과 관현악단,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펼쳐지는 타악의 울림과 무용뿐만 아니라 무대 곳곳에서 사용되는 소품과 후면의 영상은 보여주는 음악회로서 손색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극을 보는 것 같은 음악적 배치는 한마디로 공연의 역동적 효과가 두드러져 보였다. ‘팔만대장경’은 그리 쉽지 않은 내용을 간간히 창극단 배우들의 에피소드식 연기·진행과 어려운 가사 전달을 용이하게 한 영상의 도입은 낯선 특정 종교 관련 음악이라는 거부감을 걷어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무대장치나 소품의 적절한 활용과 무용·창극단원들의 연기는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공연을 살펴보더라도 우리가 평소 자주 들어오던 곡이 아니다. 교성곡 ‘붓다’, 피리협주곡 ‘바라지’, 관현악곡 ‘다르마’, 창작 판소리‘팔만대장경’, 피아노 협주곡 ‘신모듬’, 판소리 합창 ‘근심 없는 나무들’ 등 불가에서 주로 다뤄지는 언어와 내용을 소재로 한 창작곡 혹은 박범훈 작곡의 기성곡이었지만,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곡들을 관객의 관심을 끌어오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다. 그 노력의 하나로 재치 있는 연기자의 진행이 그 간극을 채웠고, 다소 무거운 소재가 되는 불교용어를 가볍게 하면서 공연의 주제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했다.
‘신모듬’은 원래 사물놀이를 위한 협주곡이다. 그런데 이번에 임동창과 국악관현악의 협연으로 공연의 백미가 됐다. 관현악과 타악, 피아노가 어우러져 한판 놀이의 기능을 살려내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보여준다는 의미의 연출 방식은 현대인의 시청각적 감성을 충족하려는 공연의 미학처럼 다가온다. 현대의 공연예술은 청각적 만족을 위한 감상의 성격을 벗어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장관(spectacle)을 기대하는 관객을 사로잡는 게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늘어나는 뮤지컬의 추세는 이를 잘 방증한다. 현대인의 오감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치열한 흥행의 세계에서 밀려나고, 결국 수많은 제작비를 투자하고도 적자를 감수해야만 하는 냉혹한 현실에서 자칫 관객들의 시야에서 멀어진다면 아무리 공연의 전문성을 확보한 단체라 하더라도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팔만대장경’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적 성격을 통합하고, ‘들려주는 음악회’가 아닌 ‘보여주는 공연’의 성격을 잘 드러냈으며, 역동성이 강조된 무대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또 이번 연주회는 기존의 음악과 새롭게 작곡된 작품들을 적절히 안배하고, 이를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을 섭외해 각각의 주제에 걸맞게 음악적 특성이 잘 융화된 국악 관현악적 성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류경호 전북연극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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