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정국서 탄생한 창작판소리 네번째 버전 올려…한국사회를 동물 왕국에 빗대 비틀고 조롱한 작품
창작 판소리 '쥐왕의 몰락기'로 전국을 들썩들썩하게 해놓았던 소리꾼 최용석(37·판소리 공장'바닥소리'대표)씨가 전주에 '뜬다'. 팟 캐스트 라디오 '나는 꼼수다'(나꼼수)에서 정권 심판가 '쥐왕의 몰락기'로 억눌린 서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 주인공. 2009년 촛불 정국에서 탄생된 이 작품은 '가카'가 던져주는 4대강 사업, 쌍용차 정리 해고에 반대한 크레인 시위,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까지 담으면서 정치적 현실을 통렬하게 풍자한 창작 판소리 네번째 버전까지 내놓게 됐다.
"정권에 반기를 든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냐"라는 질문에 "처음부터 우물쭈물 눈치 볼 생각이었다면, 시작을 안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칙칙하게, 비장하게, 재미없게 하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빨 빠진 호랑이한테 이래봤자 소용없다는 분들도 있지만, 엄혹한 시절 참 힘겹게 사는 분들이 정말 많아 가만있을 수가 없었어요. 더구나 소리판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했습니다. 전국 공연을 이제야 하고 있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죠."
전남 목포 출생으로 성우향·안애란 명창에게 사사한 그는 착실하게 전통 판소리를 익히면서도 시시때때로 창작 판소리에 눈독을 들여왔다. "노래는 고인 물처럼 돼서는 안된다"는 그는 "당연히 한계를 무릅쓰고라도 새로운 판소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여겼다".
그가 광우병 촛불 시위에 나갔다가 물대포를 맞고 화가 나 쓰기 시작한 '쥐왕 몰락기'는 한국 사회를 동물 왕국으로, 통치하는 자들과 통치 받는 자들은 쥐·고양이·개와 같은 동물로 빗대 비틀고 조롱한 작품. 이후 '쥐왕의 몰락기'는 여러 차례 각색됐고, 조정래 감독이 편집까지 맡아 완성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그의 소리에 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통렬한 사회 풍자로 세대를 넘나드는 팬들이 뜨거운 호응을 하는가 하면, 소리하는 어른들은 "소리나 제대로 하라"며 혀를 차고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그는 "200~300년 이상 다듬어진 소리를 들어온 이들에겐 어떤 무대도 성에 차지 않을 것"이라면서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지 말 것을 요구한다. "창작 판소리를 하는 이들은 제한된 시간 내에 전통 판소리를 뛰어넘을 재미와 감동을 주는 다양한 형식의 무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전통 판소리계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 정도 정부 지원을 받는 분야가 어디 있겠느냐"면서 "한 번 제대로 망해봐야 정신을 차리게 될 것"이라고 작심한 듯 말했다. 스승에게 철저하게 복종하는 도제식 수업에 길들여진 제자들은 절대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나와야 홍대 인디문화처럼 인정을 받게 되지만, 지금으로선 소수의 노력이 폄훼된다는 데 대한 불쾌감이 더 크다고 했다.
총선(4월)과 대선(12월)을 앞둔 시점에서 그는 제대로 된 예술가를 꿈꾼다. 창작판소리 완창 공연 덕분에 전통 판소리 완창 공연을 미뤄둔 그는 "선거가 끝나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하면서 토막소리를 완창을 해본 뒤 서울로 돌아올 때 그간의 소리를 모아 무대로 펼쳐내는 방식. 그의 판소리가 누구에게나 절대적인 환영을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 창작 판소리'쥐왕의 몰락기' = 24일 오후 4시 전주 창작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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