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록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 사퇴 배경과 향후 과제…유 프로그래머 해임 논란 속에 리더십 한계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 해임 파문에 이어 민병록 집행위원장이 2일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다.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3년 임기의 집행위원장에 연임된 민 위원장이 임기 개시(1일) 하루만에 왜 전격 사퇴를 선언했을까. 민 위원장은 이날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유 프로그래머 해임과 관련해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한 책임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유 프로그래머에 대한 해임 조치는 정당했지만, 그로 인한 논란과 영화제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용퇴한다는 취지다.
그는 여기서 '지난달 28일 조직위 이사회가 연임을 결정하면서 유 프로그래머의 해임 사유에 대한 정당성과 해임 절차의 적법성을 충분히 검증 받았다'며,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복직은 다시 논의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연임이 전주영화제의 발전에 부담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기에 떠나려 한다'고 적었다.
실제 민 위원장은 유 프로그래머의 해임에 따른 논란과 일부 부정적 여론을 의식, 이사회 이전에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 관계자는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 민 위원장의 사퇴 가능성이 70% 정도 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 위원장의 사임이 유 프로그래머 해임에 대한 깔끔한 정리와 함께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면서 전주영화제의 명예 실추를 막기 위한 결단으로 이해하더라도, 이사회 승인까지 거친 뒤 사의를 표명한 것은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영화제를 이끌어가는 중심에 있는 집행위원장이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영화제를 볼모로 삼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그것이다.
영화제를 중심에서 이끌어온 집행위원장 공석에 따라 당장 내부 공백도 우려된다. 새로운 공모절차를 거쳐 새 집행위원장 선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밖에 없으며, 집행위원장 사퇴에 따른 집행부 전반도 흔들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실제 김 건 부집행위원장도 "영화제를 위해 어떤 방식이 제일 좋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며 자신의 거취 문제로 고민 중임을 내비쳤다.
지난 10년간 수장으로서 전주국제영화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민 집행위원장, 핵심 프로그래머까지 빠진 상태에서 내년 영화제 준비도 차질이 예상된다. 올해 영화제가 치러진 뒤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지난 영화제에 대한 평가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데다, 핵심 인사들이 빠져 내년 영화제 준비가 차질없이 진행될 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특히 갈가리 찢긴 조직 내부를 추슬러야 하는 난제와 국내·외 영화계로부터 실추된 영화제의 이미지를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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