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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생활상 소반으로 엿보다

전주박물관 14일 특별전…다양한 형태·용도 50여점 선봬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 19세기 '호족반'. 다리 모양이 S자 형태인 소반으로 호랑이 다리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이러한 명칭이 붙었다.
사극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대역 죄인 아무개는 사약을 받으라!"는 관리의 근엄한 목소리와 흐느끼며 울고 있는 죄인 그리고 하얀 사발에 담긴 사약. 이 정도 이미지만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물건이 하나 더 있다. 사약이 담긴 그릇을 운반하기 위해 사용된 소반(小盤). 이처럼 소반은 조선시대 생활상을 표현한 사극 민화 등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빠지지 않는 소품으로 등장한다. 그저 그런 밥상으로만 사용돼 온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좌식문화를 대표해 온 것.

 

소반의 재발견을 통해 조선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이 14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여는 '조선의 소반 展'. 올해 첫 번째 특별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소반의 다양한 모습과 조형미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소반은 음식상이라는 용도가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었지만,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각종 의례, 종교의식 등에서 사용하는 사람의 개성·용도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지방마다 전통적인 형태에 따라 천판이나 다리 모양 변형이 이루어졌는가 하면 지역의 이름이 소반의 고유 명사가 되기도 했다.

 

형태, 용도, 사용 계층, 지역별로 모두 4개의 주제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는 50여개의 소반에 담긴 조선시대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소개하고 종류별 특징을 집중 조명한다.

 

1부 '우리 역사 속으로 들어 온 소반'에서는 조선시대 소반의 기원과 그 제작 배경이 소개되고 옛 그림 속 소반의 모습과 당시 생활상을 담은 영상이 상영된다. 이를 통해 좌식 생활양식, 분리된 남녀의 생활공간, 한 사람이 하나의 상을 사용하는 식습관 등이 소반 제작에 영향을 준 배경을 설명한다. 유일하게 겸상이 가능했던 할아버지와 손자를 빼고서는 모두 다른 상에서 밥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폭 40~50㎝ 높이 25~30㎝ 내외의 구족반(狗足盤)이 널리 사용됐다고 한다.

 

소반의 다양한 용도와 그와 관련된 조선시대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2부 '쓰임새로 보는 소반'에서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의례나 신앙생활 등에서 사용된 소반을 만나볼 수 있다. 관청이나 궁에서 당직을 서는 관리들에게 상노들이 음식을 나를 때 사용한 공고상(公故床)은 판각에 얼굴 형태의 구멍을 뚫어 이동이 용이하게 제작됐다. 또 천판을 받치는 기둥이 한 개로 제작된 일주반(一株盤)은 간단한 다과나 과일을 놓는데 사용됐다. 특히 거북이 문양을 한 받침을 사용해 만든 점상(占床)의 형태가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궁중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주·흑칠(朱黑漆 )소반의 화려한 모습과 돌잔치나 혼례 때 사용된 각종 소반이 선보인다.

 

3부 '모양새로 보는 소반'에서는 소반의 형태·지역별 종류와 그 특징을 알아볼 수 있는 자리. 다리와 상판의 모양에 따라 분류해 소개하며, 나주반·통영반·해주반 등 각 지역의 소반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4부 '소반을 향한 이방인의 시선'에서는 개화기 외국인의 눈에 비친 소반을 담은 자료가 공개된다. 개항 이후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소반을 사용하는 조선의 생활상을 독특한 풍물의 하나로 바라봤고 한편으로는 '공예'라는 시각에서 가치를 부여했다. 근대기 사진엽서 속의 소반의 다양한 모습과 소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의 책도 소개된다.

 

이번 특별전을 기획한 황지현 학예연구사는 "소반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전해지는 조선시대 소반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크기와 형태, 장식이나 재료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사회철학과 생활양식이 반영된 결과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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