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돈 없어 수준높은 공연 엄두 못내 / 자치단체 지원 홀대 관행부터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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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북도립국악원 단원 충원 요구가 거셌다. 지난해 전북도와 국악원 노조가 내부적으로 합의를 이룬 국악원 단원 충원 방침이 백지화되면서 곪았던 상처가 터져나온 것. "관립 문화예술단체가 전북을 대표하는 공연·전시를 내놓지 못할 만큼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과 "지자체 단체장이 관립단체를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다"는 반론은 이 단체가 갖는 동전의 양면이다. 도립국악원 뿐만 아니라 다른 관립 문화예술단체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전주시립합창단은 정원이 61명이지만 실제 단원은 33명 뿐이다. 무려 28명이 모자란다. 게다가 합창단 반주자도 객원을 활용한다. 지난 5월에 선보인 기획 음악극'아! 결혼'은 단원 부족은 물론 파트별 균형이 맞지 않아 시립극단의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립국악원 무용단 역시 지난 4월 정기 공연 '파랑새'를 가까스로 올렸다. 남성 단원 중 사물놀이를 하는 단원 4명을 제외한 무용 전공자는 1명에 그쳐 전주대·우석대 학생들을 객원으로 쓰지 않았다면 아예 공연을 올리지 못할 뻔 했다. 전북 관립 문화예술단체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상임 단원들이 '찾아가는 연주회'만 하는 익산·남원·정읍시립예술단, 김제시립합창단 등은 무늬만 관립단체에 가깝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축에 속하는 전북도립국악원·미술관·전주시립예술단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호봉제와 정년이 보장되는 국악원은 강성 노조로 인력 보강 요구라도 할 수 있는 편이지만 물밑으로만 예산 확대·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도립미술관·전주시립예술단은 행정 눈치 보기에도 바쁘다. 국악원 원장은 순환직 공무원, 미술관 원장은 5급 상당의 계약직에 그치다 보니 각 단체 대표라 하더라도 소신 있는 행보를 하기란 힘든 상황. 부시장이 단장을 맡고 있는 전주시립예술단 역시 지휘자 혹은 연출가에게 전권을 주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 결과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전시 부족, 있으나마나한 오디션제로 단원 기량 저하 등 관립단체의 체질이 허약해지고 있으나 지자체는 이들 쇄신책 마련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매년 지방대에서 쏟아져 나오는 국악·클래식·미술 전공자들이 관립단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은 이곳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일각에서는 관립단체 '쇄신 카드'로 법인화를 주장한다. 지자체 세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립단체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공짜 초대권'으로 관객들을 불러 모으는 지역 공연계의 고질병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블록버스터전 유치로 관람객 최다 동원이 최고의 목표처럼 간주되는 도립미술관도 법인화 바람에서 비껴갈 수 없는 대상. 반면 전문성을 갖춘 학예사 채용, 학예사의 기획력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 구축으로 이들이 미술관 운영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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