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전주 삼천동서 개관식 "제자들 전통의 맥 이어가길"
6일 찾은 전주 삼천동 전수관은 간이무대 뒷마무리 공사로 분주했다. 몸무게가 53㎏까지 쭉 빠져 야윈 선생은 "아이고, 아퍼 죽겄다"면서도 8일 이전 개관식 공연 준비 이야기가 나오면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최근엔 겹경사가 있었다. 전북무형문화재에 그의 제자 김광숙(예기무)·이길주(원광대 교수·호남산조춤)씨가 나란히 선정된 것.
"광숙이가 여섯살 때, 길주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왔어. 눈만 뜨면 연구소 에 와서 8시간이고 10시간이고 연습했을 때니까. 하라는 대로 안한다로 내가 얼마나 꼬집고 장구채로 손바닥 때렸는가 몰라. 그래서 바르게 큰 거야."
고선아(중앙대 교수) 채상묵(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허순선(광주대 교수) 문정근(도립국악원 무용단장) 장인숙(널마루무용단 대표) 등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을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다.
2층 살림집 외에 1층 거실은 연습실 겸용. 장식장에는 내년이면 80년이 되는 그의 춤인생을 대변하는 화려한 상패·춤 도구들로 꽉 찼다. "요즘은 다 돈만 주고 사지만, 우리 때는 옷이랑 도구를 다 만들어 입었다고. 그런데 요즘은 속이 텅 빈 춤도 많고, 엉터리로 만들어진 도구들도 너무 많아."
전주 출생인 선생은 국악을 좋아하는 어머니 손에 붙들려 여덟 살 때 '김미화 연구소'를 다녔다. "이뻐해주는 누나들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며 흉내내곤 했지." 6·25 전쟁으로 스승이 부산 피난길에 오르면서 헤어져 해방 뒤엔 추월 선생이 운영하는 '전주국악원'에서 춤을 익혔다.
"아직도 눈에 훤해. 선생님이 얼마나 이뻤는가 몰라. 엄하기도 했고. 동초수건춤이랑 호남산조춤을 배웠어."
'춤의 뿌리'를 강조한 선생은 진짜 춤맛을 알려면 하루에 8시간 이상씩 피나게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땐 눈짓 하나까지도 배웠다고. 차곡차곡 쌓는 춤이 아니면 속이 비어서 둥둥 떠다니는 고무풍선 같아."
남성 무용수지만 "동(動) 보다는 정(靜)이 깃든 춤을 더 좋아했다"는 선생의 춤은 막내딸 최현주(경희대 강사)가 맥을 잇고 있다. 남은 꿈을 묻자 선생은 "제자들이 건강이 허락되는 한 춤을 변질 안 시키고 꾸준히 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8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개관식에서는 동초수건춤, 설장고, 호남살풀이춤, 사물놀이, 색소폰 연주 등이 어우러지는 공연이 준비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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