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발표…"산자부·미창부·외교부 위반 많아"
솔선수범해 우리말을 지켜야 할 정부 기관이 정작 공문서를 작성하면서 영어나 한자를 남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기본법 제14조는 공공기관의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한글 뒤에 괄호를 표시해 한자 또는 외국 글자를 함께 쓰도록 하고 있다.
한글문화연대는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행정부 소속 17개 부처, 국회, 대법원이 낸 보도자료 3천68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실정법인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사례는 보도자료 3천68건에서 8천842건이 드러났다.
보도자료 1건당 평균 2.88건씩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셈이다.
지난해 3-5월 14개 행정부처와 입법부, 사법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보도자료 1건당 4.44건씩 위반했던 것에 비하면 위반 건수는 줄어들었다.
법에는 '연구개발' 또는 '연구개발(R&D)'이라고 써야 하지만 'R&D'라고만 표기한 경우가 539건으로 가장 많았다.
FTA(자유무역협정·489건), IT(정보기술·360건), ICT(정보통신기술·279건), EU(유럽연합·259건)가 뒤를 이었다.
줄임말 이외에도 First Mover(선도자), 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Fast Track(신속처리절차) 등 일반 국민이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 단어를 그대로 적은 사례도 많았다.
국어기본법 위반은 아니지만 쉬운 한글로 바꿔 쓸 수 있음에도 영어 발음대로 옮겨 적는 경우도 보도자료 1건당 평균 5.5건으로, 지난해(3.6건)에 비해 1.6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기준·지침'을 '가이드라인'으로, '위험'을 '리스크'로 적는 식이다.
국어기본법 위반을 피하려고 외국어를 그냥 한글로 적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한글문화연대는 지적했다.
기관별 위반 순위는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순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자료 217건에서 2천681건을 위반해 보도자료 1건당 평균 12.4건씩 로마자나 한자 표기를 하고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5.8건, 외교부는 4.4건, 기획재정부는 4.2건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57건의 보도자료에서 11건을 위반해 위반 횟수가 가장 적었다.
한글문화연대는 "공공기관이 국어기본법을 잘 지키고 쉬운 우리말로 공문서를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내년부터 알기 쉽고 바르게 쓴 공문서를 대상으로 '세종 보람'이라는 인증 표시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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