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소중함 아이들에게 전파 / 일 할수록 몸과 마음 건강해져
지난 3일 전주시 반월동 도로공사수목원. 왁자지껄한 한무리의 아이들 틈바구니 속에 한 노령의 신사가 눈에 띄었다.
전주지역아동센터에서 숲 해설·교육을 맡아하고 있는 권오신씨(76)는 아이들을 이끌고 수목원에서 식생하고 있는 나무·풀의 습성,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팝나무, 소나무, 잣나무 등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나무들의 가지와 잎을 만지며 마냥 신기해했다.
지난 2000년 전주 조촌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에서 은퇴한 권씨는 지난해 말부터 매주 2차례에 걸쳐 센터를 찾아, 아이들에게 숲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숲 예찬론자인 그는 아동센터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등학교에서도 숲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평소에도 전국 각지의 숲과 들을 찾아, 식생을 연구하고 있는 그에게는 이 일이 스스로의 재능을 기부하는 활동을 넘어 삶의 낙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인터넷·휴대전화 등 기계문명에만 빠져 자연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숲이 우리 삶에 끼치는 다양한 효능에 대해 알릴 수 있어서이다.
“숲은 우리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입니다. 커나가고 있는 아이들이 숲의 소중함을 깨우쳐 스스로의 몸처럼 아끼고 보살필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이런 그에 대해 주변사람들은 이제 그만 쉬라고 권할 때가 많다.
경제적으로 곤궁한 것도 아닌데 이것 저것 하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
하지만 그는 일을 하면 할수록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평일에는 숲 해설·교육을 하고, 주말에는 주례로 나서는 등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 총 500여쌍에 대한 주례를 맡아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그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외국인노동자나 갑작스러운 결혼으로 주례를 구하기 힘든 처지에 놓인 이들로부터 자주 요청이 들어옵니다. 그러다보니 주례 전문이라는 호칭도 얻게 됐습니다.”
그는 새해에는 도움이 필요한 좀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 기쁨과 희망을 선사하는 ‘인생 도우미’역할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이에 숲 관련 전문서적을 탐독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절주·등산 등 자기관리에도 신경을 기울일 생각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일을 손에서 놓지 않을 생각입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돌보지 않고 현실에 안주해선 안 됩니다. 이제 겨우 인생의 제2막을 열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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