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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팔도유람] 충남 서천 '꽃여행'

500년 된 동백나무 숲 계단 따라 느긋한 산책 / 국립생태원 난 전시회 야생종 보는 즐거움도 /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지난해 가을 충남 서해안에 지독한 가뭄이 들더니 그 한(恨)을 풀기라도 하려는 듯 지난 겨울 유난히 눈·비가 잦았다. 충남 서천에 40㎝이상의 눈이 내렸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천으로 향했다. 한겨울에 피어난 꽃을 보기 위해서이다.

 

대전에서 1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가 논산에서 4번 국도로 갈아탔다. 부여를 지나 서천군 판교면에 들어서자 마자 세상의 색깔이 바뀌었다. 마치 강원도 첩첩산중 눈꽃마을에 온 듯 했다.

 

△마량리 동백나무숲

▲ 수령 500년이상 된 동백나무 85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는 마량리 동백나무숲. 대전일보=한경수 기자

자연스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서면 마량리 동백나무숲으로 향했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동백꽃을 보고 싶었다. 노란색의 수술을 감싸고 있는 붉은색의 동백꽃잎은 희 눈 속에 피었을 때 그 붉은빛이 더욱 강렬하다.

 

마량리 동백나무숲은 육지에서 동백나무 자생지로는 북방한계선이다. 어떻게 이 곳에 동백나무가 자라게 됐는 지는 알 수 없지만 85그루의 동백나무들이 서해바다를 등진 채 500년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닷바람이 거센 탓에 마량리 동백나무는 위로 자라지 못한 채 옆으로 벋어 마치 커다란 우산 모양을 하고 있다. 대부분 밑둥의 길이만 15m나 되는 아름드리이다. 이런 생태적 특징으로 인해 마량리 동백나무숲은 1965년에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되었다.

 

이미 꽃망울을 터트린 성격 급한 놈들은 맹추위에 얼어 버려 붉은 빛을 잃었고, 대부분은 따사로운 햇살을 기다리며 꽃봉오리를 잔뜩 오므리고 있었다. 마량리 동백나무의 만개시기는 대략 3월말쯤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반들반들 윤기나는 초록색 잎에 흰 눈을 가득 이고 있는 동백나무의 모습은 지금이 아니면 좀처럼 볼 수 없다.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 마량리 동백나무숲은 산책길도 잘 조성되어 있어 가족나들이에도 제격이다. 나무 계단과 돌계단을 이용해 20분 정도면 한 바퀴 둘러볼 수 있고, 언덕위에 있는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입장료 성인 1000원 학생 500원. 관람시간 오전9시-오후5시(동절기). 문의:마량리동백나무숲관리소(041-952-7999)

 

△국립생태원 ‘난 속을 거닐다’ 특별전

▲ 국립생태원에는 자연상태 서식처와 가깝게 재현된 야생종 난 500여종 등이 전시되고 있다.

15년만에 찾아온 한파에도 꿋꿋이 견디는 동백나무를 뒤로 하고 장항에 위치한 국립생태원을 찾았다. 이 곳을 찾은 이유는 특별한 난(蘭)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다. ‘난(蘭) 속을 거닐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생태전시회가 특별한 이유는 전시된 500여종의 난들이 모두 재배종이 아닌 야생종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원예종이 아닌 야생종의 서식환경을 재현해 놓았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의미가 크다. 특히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다윈 난, 바닐라 난, 원숭이 난 등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빼놓지 말고 보아야 할 난이 바로 다윈 난이다. 진화론 주창자인 찰스 다윈이 마다가스카르에서 길이가 30㎝에 달하는 거(꽃받침이나 꽃잎 밑부분에 길게 돌출되어 있는 부분)를 갖고 있는 난초를 발견했다. 찰스 다윈은 긴 거 안에 들어있는 꿀을 빨아먹는 엄청난 길이의 주둥이를 가진 곤충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는데 그의 사후 40년만에 사실로 판명났다. 박각시나방이라는 주둥이 길이가 30㎝가 넘는 곤충이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난의 생태학습 장소로도 제격이다. 전세계적으로 800여속 3만여종의 난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땅에서 자라는 지생 난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나무나 바위, 돌 등에 부착해 서식하는 착생 난이다. 에코리움 열대관에 들어서면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각 지역에 서식하는 난의 생육환경을 그대로 볼 수 있다. 키큰 나무의 중간 중간마다 뿌리를 내린 수 십 종의 난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경이로움마저 느낀다.

 

열대관에서 난을 구경했다면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에서는 기후에 따른 다양한 식생을 만날 수 있다. 사막관에서는 알로에 종류의 꽃도 구경할 수 있다. ‘난 속을 거닐다’특별전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해설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전10시30분부터 오후3시30분까지 하루에 9차례 1시간씩 생태해설사가 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려준다. 입장료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소인 3000원.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오전10시-오후5시(입장마감 오후4시). 문의:에코리움 안내데스크(041-950-5902)

 

● 서천여행길 이 곳도 들러보세요

 

△장항스카이워크

▲ 장항 스카이워크.

장항읍 송림산림욕장 내 위치한다. 곰솔 숲 사이로 높이 15m 길이 240m의 스카이워크가 조성되어 있다. 스카이워크 끝에 위치한 기벌포해전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의 풍경이 아름답다. 현재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 무료개방중이다.

 

△홍원항

 

서면 도둔리에 위치한 국가어항이다. 싱싱한 각종 생선을 시중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매일 오전8시30분에 경매가 이루어지며 요즘은 물메기와 주꾸미가 제철이다. 물메기의 경우 가격변동이 심하지만 7-10마리 정도 들어있는 1상자에 3만-7만원 정도에 거래되며, 주꾸미는 1㎏에 2만-2만5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아귀탕 맛집

▲ 아귀탕.

장항은 예로부터 아귀탕으로 유명하다. 다른 지역에서는 꼬들꼬들 말린 아귀를 사용하는 반면 장항 아귀탕은 생아귀만을 고집한다. 그래서 살이 쫀득하면서 담백하다. 장항아귀탕은 살 뿐만 아니라 위, 간 등 내장도 듬뿍 넣어 깊은 감칠맛이 난다. 장항읍내에 있는 우리식당(041-957-0465)이 유명하다. 조기찜, 새우등 밑반찬도 푸짐하다. 생아귀탕 1인분 가격은 1만5000원이다.

대전일보=한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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