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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나…정은균 씨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권위에 맹종하게 하는 교육시스템 비판 / "학생들과 눈 맞추며 함께 배워가야" 강조

17년차 중학교 국어교사. 교실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꿈꾸며 교단에 섰지만 생각과 달랐다. 학교는 엄격한 규율이 지배하는 공간이었고, 교사는 교육시스템의 부품이었다. 심지어 교무실은 ‘학교정치’에 빠져있었다. 이런 학교에서 아이들이 민주주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정은균 교사는 그 해법을 먼저 교사에게서 찾는다. 교사가 변해야 교육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벌떡 교사’가 되기로 했다. 따돌림 당하기를 작정(?)한 듯 입바른 소리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교육의 민낯을 드러냈다. ‘학교 혁신과 교육 민주주의에 관한 단상’을 부제로 한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살림터).

 

저자는 책에서 교육의 참된 얼굴을 ‘시스템’, ‘관계’, ‘자화상’,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진단했다.

 

‘교육은 시스템’이라는 측면에서 평범하고 성실하며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교사들의 침묵과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시스템을 진단하고, 이를 통해 교사가 진정한 교육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짚어봤다.

‘교육은 만남’이라는 점에서 교육 주체들간의 관계는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아이들을 무시하는 교사, 내일을 꿈꾸지 않는 아이들. 무관심과 냉소만이 가득한 교육현장이 협력과 소통으로 되살아나기 위해서 교사가 아이들을 하나하나 만나고 일일이 눈을 맞추고, 함께 배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은 미래’인데, 우리 교육의 자화상은 성적과 경쟁, 입시에 묶여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을 펼치는 시합장이 되어있다. 정 교사는 모두들 미래를 말하지만 아무도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역설의 공간, 그 견고한 벽에 가는 실금 하나 긋고 싶다고 밝혔다.

 

다양성은 모든 생명체의 본원적인 생존의 조건. 교육 생태계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교육은 곧 다양성’이다. 저자는 교단을 확일화한 주범을 교원승진시스템과 교장제도에서 찾았다. 교육에 새로운 상상력을 더하고 있는 혁신학교와 학교 밖 교육의 문제도 짚어봤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은 이 책에 대해 “민주 시민성을 길러내지 못한 지금의 공교육이 어떻게 민주주의의 심리적 인격적 토대를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 그 결과 권위에 맹종하는 ‘작은 아이히만’들이 우리사회를 어떻게 죄수의 딜레마로 몰아가는지,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교를 어떻게 교육 공화국으로 탈바꿈해야 하는지를 명징한 언어와 적실한 자료로 드러내 보인다”고 평했다.

 

한계를 뛰어넘고 경계를 확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책을 글을 쓴다는 정 교사는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기형도시인의 시)같은 아이들에게서 ‘먼지’가 아니라 ‘푸른색’을 볼 줄 아는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현재 군산 영광중학교에서 민주주의 시민을 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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