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결혼여부 따지지 않는 사회문화 / 도우미 세금감면·유급 육아휴직 확대 / 대학서 취업 지원 위한 실용교육 보탬
세계 유수 기업의 동남아시아시장 진출 거점인 싱가포르는 아시아국가로는 드물게 완전고용이 이뤄지는 나라다. 7000여 곳에 달하는 외국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서구 선진국같은 고용구조가 운용되기 때문이다. 취업에서 여성차별도 드물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도 활발하다. 전북광역여성새로일하기센터(센터장 신수미)와 전주·군산·익산·주·정읍·남원·김제 등 도내 8개 시·군 새일센터 관계자들이 여성취업지원 정책을 배우기 위해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싱가포르는 유급 육아휴가를 확대하고, 도우미 세금을 감면하는 등 정책적으로 여성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싱가포르 여성 취업지원 정책과 취업교육에 대해 소개한다.
△ 여성임원 비율 아시아 1위= 싱가포르의 성 평등지수는 54위로, 우리나라(115위)보다 크게 앞선다. 싱가포르는 지리적 특성상 일찍부터 해외 기업 투자가 활발했다. 따라서 고용구조도 서구 선진국 형태를 보인다. 특히 싱가포르 노동법은 국적과 언어 나이 인종 종교 성별 결혼여부 등을 고용관련 서류에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일하는 여성을 돕기 위해 도우미(made) 세금을 감면하고, 유급 육아휴가를 확대하고 있다. 임신 중 유산(또는 사산)을 하면 제도적으로 일정기간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기업내 여성임원 비율이 15%로, 아시아지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 여성들도 어느 정도 성차별을 느끼고 있다. 싱가포르 여성 2명중 1명(46.5%)은 급여 차이가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노동청은 남-녀 임금차이가 10%가량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여성의 54.3%는 근무지에서 장벽을 느끼고 있으며, 42.8%는 롤모델이 부족하다고 인지하고 있다. 반면 67.3%는 자신의 경력관리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내리고 있다.
△ 유연한 노동시장이 장점= 취업지원기업인 JAC Recruitment 싱가포르지사의 씨에코 후지타(Chieko Fujita)씨는 싱가포르 고용시장 특징을 “유연성”에서 찾는다. 해외 기업 투자가 왕성한 싱가포르는 전체 노동인력의 30%가 외국인이다. 외국 기업이 많기도 하지만 그만큼 노동력 수요도 많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오는 외국인이 많은데, 한국인도 2만5000여명에 달한다. 후지타씨는 “이는 인력시장이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JAC Recruitment 한국담당 고원규 차장은 “일자리를 찾아 싱가포르에 오는 한국인은 여성이 57%로, 남성보다 많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들이 싱가포르를 선호하는 것은 사회가 안전하고, 근무시간이 규칙적이어서 일과 가정 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양성평등문화가 확산돼 있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싱가포르 여성들도 일자리를 고를 때 일과 가정(Work-Life)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근무조건을 우선 고려하며, 다음으로 급여와 자율성을 따진다.
여성들이 출산 후 재취업때도 차별을 받지 않는다. 고 차장은 “재취업 여성의 경우 무역회사나 금융회사 사무보조나 고객지원 업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시간제로 근무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또한 “싱가포르 노동시장은 직종간 이동도 활발하고, 경력관리를 통해 계속 일자리를 옮겨다니는 경우가 많아 재취업 여성들에 대한 차별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 대학서 취업지원교육= 1%대 실업률을 보이는 싱가포르는 완전고용에 가까운 나라다. 오히려 일손을 찾는 기업이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보다 많은 상황이다. 특히 병원이나 호텔, 공항 등 고된 노동을 하는 업종은 고용난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정부차원의 취업지원기관은 두지 않고 있다. 대신 수백개의 사설 취업회사가 구인-구직을 연결해준다. 그럼에도 고등교육은 순수학문보다는 실용학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졸업 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지식과 정보를 가르치고 있다. 전북여성새일센터 관계자들이 찾은 ‘DIMENSIONS INTERNATIONAL COLLEGE’도 서비스업종과 경영관련 전문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직업교육이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 대학의 교수진은 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됐고, 교육은 현장처럼 꾸며진 실습실에서 이뤄진다. 교육과정도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해외취업지원을 위해 언어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캠퍼스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싱가포르 취업을 원하는 외국 대학과의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다. 도내 원광보건대학도 이 대학과 협력관계다. 이 대학의 Joseph T. Chan 교수는 “싱가포르는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을 알선하지는 않지만 취업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면서 “교육과정도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싱가포르 사립대학으로는 유일하게 취업지원회사도 두고 있다.
● 전북광역여성새로일하기센터 신수미 센터장 "인턴십·사후관리 고용안정 높일 것"
“여성들이 마음껏 직업을 고르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럽습니다.”
여성 재취업을 돕고 있는 취업설계사 30여명과 싱가포르를 다녀온 신수미 전북광역여성새로일하기센터 센터장은 “싱가포르의 문화와 노동환경이 우리나라와는 다르지만 인턴십과 취업후 사후관리 등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재취업시 일정기간 인턴십은 취업과 고용유지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며, 취업이후 지속적인 보살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원활동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 센터장은 “앞으로는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뿐 아니라 여대생 취업 지원에도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를 돌아보면서 여대생들의 해외취업 가능성을 봤다”면서 “취업환경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등 여성들의 해외취업 가능성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 센터장은 “지난 한해동안 도내에서 새일센터를 통해 취업한 여성이 4430명”이라며 “기업을 통한 일자리연계는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공동창업 등 창업 지원사업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업설계사 근로환경 개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업설계사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도 현재 근로여건이나 처우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면서 “설계사들이 전문성을 더 발휘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고용구조부터 확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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