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호 시집 〈초승달 한 꼭지〉
‘하늘 호수를/ 물수제비가 뜬다// 첨 첨 첨……// 파란만장을 건너가는/ 한 꼭지 사금파리 인생/ 가다가 가다가/ 먼동을 꿈꾸며/ 수많은 원의 파동으로/ 저문다’(표제작 ‘초승달 한 꼭지’)
소재호 시인이 신간 <초승달 한 꼭지> (인간과문학사)를 펴냈다. 초승달>
이번 수록 작품들을 관통하는 분위기는 ‘차분함’과 ‘고요함’이다. 얇은 빛만 떠 있는 까만 밤과 같다.
아마도 ‘빛은 삭고 없다’( ‘어떤 무덤’ 중), ‘모든 만상은 한참 사그라지고 있는 중이다’( ‘서서히 사그라짐에 대하여’중), ‘초연히 노을처럼 저물고 싶어’( ‘사당의 배롱나무’ 중), ‘가을이 스르륵 가고 있네’( ‘억새 꽃’ 중), ‘생각하므로 소멸되어 가는 것이다’( ‘존재에 대하여’ 중) 등 그의 작품 곳곳에 볼 수 있는 표현 때문일 것이다.
복효근 시인은 이를 두고 ‘소멸과 어둠을 통한 자기 정화의 시학’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집 속 ‘삭다’, ‘저물다’, ‘소멸되다’, ‘간다’, ‘없다’ 등의 단어들은 소멸의 뉘앙스가 짙다”며 “소 시인의 시는 정지된 삶이 아닌 끊임없는 생성-변이-소멸을 우주만물의 원리로 포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라짐은 덧없음, 허무로 귀결될 수 있으나 소 시인은 소멸을 통해 정화를 꿈꾼다. 그는 소멸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다 두고 가리라/ 맑은 물처럼 청송 바람처럼/ 달랑 나 하나 깨끗이 가리라’( ‘저승의 동행’ 중)고 다짐한다.
투명한 언어의 실을 한 생애 뽑아내고 싶다는 소 시인은 “살아갈 인생의 목표가 처음엔 몇 가닥이었는데 어느덧 다 뭉개지고 하나만 남았다”며 “시를 통해 자기정화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문인협회장, 석정문학관장, 원광문인회장 등을 지낸 그는 현재 신석정문학상운영위원장, 한국문현 문인 권익 옹호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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