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익산에서 40대 남성이 폭언·머리 등 가격
뇌출혈 수술받은 뒤 인공호흡기 의지해 생사 오가
남편도 소방관 안타까움 더해…피의자 검찰 송치
구조하던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한 50대 여성 구급대원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끝내 숨졌다. 소방관 남편과 열여섯, 열한 살 난 아들을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위급한 상황이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값진 임무를 수행해 왔지만 자신이 보호하려했던 사람에게 도리어 폭행을 당해 사랑하는 가족들 곁을 영영 떠나게 된 것이다. 구급대원 폭행사건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발생해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결국 사후약방문이 됐다.
사고의 발단은 지난달 2일 오후 1시 2분께 익산시 평화동 익산역 앞에서 시작됐다.
도로 중앙에 사람이 누워있다는 신고를 받은 익산소방서 인화센터 소속 강연희(50) 소방위와 박중우(34) 소방사 등 3명이 긴급 출동했다.
강 소방위와 박 소방사는 술에 취해 도로에 누워있던 윤모 씨(47)를 구급차에 실었다. 그런데 구급차 안에 누워있던 윤 씨는 갑자기 폭언을 하며, 박 소방사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구급차가 원광대학교병원에 도착한 뒤에도 윤 씨의 폭행 수위는 줄어들지 않았다. 자력으로 구급차에서 내린 윤 씨는 강 소방위의 머리를 5차례 내리쳤다.
3일 뒤인 지난달 5일 강 소방위는 당시 폭행의 충격으로 어지럼증과 경련, 딸꾹질 증상을 호소하며 전주 대자인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상태는 더욱 악화됐고 강 소방위는 지난달 24일 전북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뇌출혈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직접 호흡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온 강 소방위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생사를 오가며 힘들게 버텼지만 1일 오전 5시 9분 끝내 숨을 거뒀다.
숨진 강 소방위는 김제소방서에 근무하는 남편과 초·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남겨두고 있었다.
1999년 구급대원으로 특별 채용된 강 소방위는 전주소방서를 시작으로 무진장소방서, 전주 덕진소방서 등에서 구급대원으로 활동했다.
성실한 부부 소방관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강 소방위는 재직기간 내내 재난현장에서 구급대원으로 헌신적으로 국민에게 봉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소방위의 빈소는 전주 대송장례식장 특1호실에 차려졌다. 1일 오후 6시 빈소 입구에서는 통곡소리가 터져나왔다.
빈소에서 만난 강 소방위의 남편 최태성(52) 김제소방서 화재진압대원은 “비통한 심정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강 소방위의 시아버지 최창영 씨(80)는 “며느리가 간호사로 근무하다 소방관이 됐는데, 이렇게 떠나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인의 빈소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보낸 근조 화환이 세워져 있다. 남편 최 씨와 두 아들이 직접 추모객을 맞았다.
고 강연희 소방위의 영결식은 오는 3일 오전 10시 익산소방서 주차장에서 익산소방서장(葬)으로 열린다. 고인은 영결식 후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된다. 소방청은 순직한 강 소방위의 1계급 특진을 추서하기로 했다.
한편 사건 현장 주변에 폐쇄회로(CC)TV가 있어 사인 규명은 쉬울 전망이다. 강 소방위의 뇌출혈은 윤 씨의 폭행인 것으로 추정된다. 함께 출동했던 박 소방사의 옷에 장착된 카메라에 윤 씨가 폭행하는 모습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소방서는 지난달 9일 구급대원들을 폭행한 혐의(소방기본법 위반)로 윤 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편, 도내에서 임무 중 폭행을 당한 소방공무원은 최근 3년간 17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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