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두 아들 오열·침통
전북도, 1계급 특진 추서
“소방관 안전대책 마련 힘”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참으로 죄스럽고 애통하기 그지없습니다.”
3일 오전 10시 익산소방서 차고에 마련된 故 강연희 소방경(51)의 영결식장.
가장 앞자리에 앉아있던 강 소방경의 큰아들(16)은 엄마의 영정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믿기지 않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 댔다.
초등학생인 둘째 아들(11)은 엄숙한 분위기가 낯선지 떨군 고개를 쉽게 들지 못한 채 흘러내리는 눈물만 연신 닦아냈고 영결식이 끝나자 눈두덩이가 시뻘겋게 부어올랐다.
북받치는 슬픔을 애써 참으며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채 두 아들과 아내 앞에서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같은 소방관 남편(51)은 부인의 영정에 하얀 국화꽃 한 송이를 바치면서 결국 참다못한 눈물을 터뜨렸다. 남편은 “자녀들에게 인자한 엄마, 남편 뒷바라지 마다치 않는 아내였다. 이렇게 혼자 보낼지는 꿈에도 몰랐다. 내가 조금만 더 잘해줄 걸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보낸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흐느꼈다. 이런 가족들의 비통함과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정사진 속의 강 소방경은 인자한 미소만 짓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욱 자아냈다.
구조하던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끝내 숨진 익산소방서 구급대원 故 강 소방경의 영결식은 유족과 동료 소방관들의 눈물로 가득찼다. 익산소방서 장(葬)으로 엄수된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을 비롯해 조종묵 소방청장, 송하진 전북도지사, 이춘석 국회의원, 소방관 등 5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계급 특진을 추서한 송하진 도지사는 영결사에서 “고 강연희 소방경은 19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 투철한 사명감을 겸비한 소방관, 누구보다 현장에 뛰어드는 용기있는 소방관이었다”며 “소방·구급대원을 위협하는 폭력과 폭언을 근절하고 처벌할 법적 근거와 정부 대책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김봉춘 익산소방서장은 조사에서 “당신의 위대한 소방정신, 불타오르는 열정과 사명감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그 숭고한 뜻을 고이고이 간직하겠다”며 “당신이라는 아름다운 별은 졌지만, 당신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119의 역사에 깊이 새겨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추도사는 강 소방경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료 정은애 인화센터장이 소방공무원을 대표해 낭독했다.
정 센터장은 잠긴 목을 겨우 가다듬으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언제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껴두었던 수많은 이야기를 시작도 못했다”며 “이곳에서 무겁고 아팠던 모든 것들을 훌훌 벗어버리시고, 아름다운 시간만을 안고 가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고인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근무한 119인화센터를 한 바퀴 돌고서 전주 승화원으로 운구돼 화장된 후 일단 군산시 추모관에 안치됐다. 이후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립 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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