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예술공간 ‘플랜시’, 10일까지 ‘립스틱 파티’
립스틱 드로잉 전시·행위예술 5명 릴레이 퍼포먼스
2일 오후 7시 전주 한옥마을. 해가 길어진 덕분인지 거리는 여전히 장난감과 기념품, 솜사탕과 아이스크림, 그리고 한복 입은 사람들로 붐볐다. ‘차 없는 거리’가 무색하게 유흥주점을 홍보하는 트럭은 연신 지나가며 시끄러운 음악을 잔상처럼 남겼다.
길거리 음식의 고소한 냄새와 상점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세월이 멈춘 듯한 한옥 고택, 실험적 예술 공간 ‘플랜시(plan C)’가 자리 잡고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자유의 몸짓이 만든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이날은 인도 행위 예술가 ‘아자이 샤르마(B. AJAY SHARMA)’의 퍼포먼스가 있었다. ‘플랜시’의 공동사용자이자 미술가인 ‘연정’이 기획한 ‘립스틱 파티’의 일환이었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예술활동을 기획해 공간이 운영되는 ‘플랜시’의 네 번째 프로젝트다.
연정 작가는 “립스틱은 도발적이고 당당한 느낌이면서도 여성성을 대표하는 소재”라며 “남녀 상관없이 립스틱을 바르고 놀면서 성차별 없는 자유를 찾자, 당당하고 톡톡 튀게 즐기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연정 작가가 립스틱으로 매일 일기처럼 그린 드로잉 작품 전시와 함께 행위 예술가 5명의 퍼포먼스가 주말 밤에 진행된다.
2일 아자이 샤르마의 퍼포먼스 주제는 ‘기아의 땅을 위한 경작’.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는 자국의 빈곤한 농부들, 나아가 전 세계 노동자들의 삶과 저항 정신, 희망을 몸으로 표현했다. 거대한 흙덩이를 맨손으로 다져 밭을 일구지만 결국에는 목을 매고, 신음하는 농부와 기아들의 얼굴을 진흙으로 그리는 퍼포먼스는 황량함과 엄숙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9일에는 정창균 오디오 비주얼 예술가의 공연, 10일에는 기획자인 연정의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문틈이 큰 대문은 밖에서도 앞마당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런데도 공간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대문을 열어야만 했다. 이날 대문 앞을 서성인 관광객은 20여 명. 실제로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6명에 불과했다. 관광객 임연주(28) 씨는 “먹거리 한옥마을과는 다른 색다른 분위기”라고 했고, 김민수(45) 씨는 “정체 모를 이상한 집”이라고 표현하는 등 긍정과 낯선 반응이 혼재한다.
정문성 플랜시 대표는 “굳이 문패를 달거나 문을 열어두지 않는 건, 힐끔 보고 나갈 관객을 끌어오는 것보다 최소한의 의지를 가진 관객과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홍보 등 실제적인 운영 고민보다는 아직 기획 내실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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