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녹색연합·시민 60명 참여, 30개 지점 측정
지형 따라 온도차…아파트보다 산 주변이 낮아
요즘 같은 역대급 폭염에는 전주(全州)도 예외가 아니다. 신도심 개발과 고층 아파트 입주 등에 따른 열섬 현상이 빚어지면서 전주의 ‘더위 나기’는 해가 갈수록 남다르다. 과연 전주가 얼마나 더울까. 전북녹색연합과 시민들이 함께 전주 열섬 실태조사에 나섰다.
△얼마나 덥나, 온도계 든 시민들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 4일 오후 2시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거마공원. 나무 밑 그늘에서 호남제일고등학교 1학년 송명원 양(17)이 온도계를 들어 올렸다. 땅에서 150㎝ 높이에서 온도계는 33.3도에서 33.7도 사이를 오르내리다 33.5도에서 멈췄다.
같은 학교 장세인 양(17)은 조사표에 온도 33.5도, 습도 56.1 등 측정값을 기록했다. 조사표에는 ‘잔디와 흙이 있고, 주변에 나무가 많으며 분수대가 있음’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 시민들이 직접 온도계를 들고 나선 풍경이다. 이날 전북녹색연합은 전주지역 30개 지점에 열섬 실태조사를 했다. 1개 지점에 2명의 시민이 온도를 재고 기록했는데, 조사에는 6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지난달 28일 1차 조사에 이어 2차 조사가 실시된 이날은 30개 지점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앞서 전북녹색연합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열섬 교육을 실시하며 이번 실태 조사가 신뢰도 높게 마무리하도록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조사에 참가한 송 양은 “요즘 ‘대(구)프리카’, ‘서(울)프리카’ 같은 말들이 유행하는데, ‘전(주)프리카’도 못지않은 것 같다”면서 “조사를 하다보니 도심에서도 숲은 훨씬 시원했는데, 나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주 열섬 실태조사는 지난 2013년부터 벌써 5년째다. 그동안에 전북녹색연합과 시민이 조사한 데이터는 지자체의 열섬 저감 정책에 활용되기도 했다.
전북녹색연합 김지은 사무국장은 “시민들이 직접 자신들이 사는 동네에서 온도를 확인하는 게 전국에서 처음”이라면서 “이번에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전주의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과 정책 등을 시민들과 함께 고민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은 녹지보다 ‘울창한 숲’ 효과적
그렇다면 어느 동네가 가장 덥게 나타났을까. 지난달 28일 오후 2시 기준,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주공아파트 에어컨 실외기 주변이 무려 42도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인후3동 평생학습센터 39.2도, 월드컵 경기장 주차장 37.7도의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시민들이 측정한 지점 가운데는 완산공원 삼나무 숲이 31도로 가장 낮았다. 이어 자연생태관은 33도, 건지산 편백나무숲은 33.4도로 비교적 시원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작은 규모의 녹지보다 울창한 숲이 열섬 저감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서신동 도내기샘 공원(35.3도)과 삼천동 거마공원(36.5도)보다 주변에 산이 있는 평화 도서관(34.1도)과 자연생태관(33도)이 더 낮은 온도를 보였다.
또,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완산공원 삼나무 숲(31도)과 건지산 편백나무 숲(33.4도)도 더위를 식히기엔 제격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같은 전주라도 지형에 따라 온도차가 있다”면서 “특히 작은 규모의 녹지는 온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단순히 나무를 심는 수준의 접근이 아니라 울창한 숲을 조성하는 정책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아래 첨부된 파일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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