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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가 전수천, 4일 별세

한국인 최초 베니스비엔날레서 특별상 수상
한예종 교수·전주문화재단 창작예술학교 교장 등 재직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조형미술가 전수천 씨가 4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71세.

1947년 정읍에서 태어나 넉넉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그림을 그리겠다는 일념으로 홀로 학비를 벌어 유학길에 올랐다.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과 와코우대학 예술학과, 미국 뉴욕 프랫대학 석사과정 등을 마치고 일본·미국·한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작업을 펼쳤다.

1995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전시하며 한국인 최초로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당시 출품한 설치작품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 그 한국인의 정신’은 손으로 직접 빚은 신라시대의 토우 형상들과 각종 산업폐기물, 첨단 비디오설비 등을 결합한 것이다. 고대와 현대, 삶과 죽음을 대비하며 한국의 전통세계를 보편적인 조형언어로 표현해 국제미술계 인사들의 찬사를 받았다.

13년에 걸쳐 구상한 미국 기차 횡단 프로젝트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2005) 등 한국인의 정신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이어가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로도 오랫동안 재직했다. 동시에 그는 비제도권의 예술교육을 강조했다. 2003년 미술가들과 함께 미술을 실험하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중시하는 대안 미술학교 ‘비닐하우스 AA’를 세워 운영했다.

2017년에는 전주문화재단과 전북문화관광재단이 ‘비닐하우스 AA’에 영감을 받아 설립한 ‘창작예술학교 AA’의 교장을 맡았다. 전북 예술인들이 기존의 제도권 교육 구조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창의성과 미학적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수천 미술가와 ‘창작예술학교 AA’를 함께 기획했던 황순우 전주 팔복예술공장 총감독은 “임실 옥정호에 작업실을 두고 계셨던 선생님은 전북이 낳은 세계적인 미술인”이라며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가르쳐주고 싶어하시고 실천하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빈소는 전북대학병원 장례식장(063-250-1443)에 마련됐다. 발인은 6일 오전 8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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