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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식품과학이야기] 차세대 유전자 분석기술(NGS)로 전통 발효식품을 재현하다

조용선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조용선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소위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신산업은 대개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을 두는데,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에도 차세대 산업혁명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 어떨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미생물 유전자 분석기술이 그 주인공이다.

최초의 유전자 분석기술은 1980년에 발명되었으나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하지 못하였는데,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차세대 유전자 분석기술(NGS)이 도입되면서 이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 분야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그 첫걸음을 디뎠으며, 기술의 발달에 따라 시간과 비용이 효율화되면서 식품 분야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

“집집마다 장맛이 틀리다”라는 옛말이 있다. “장(醬)”은 유익균종을 증식시켜 부패균의 번식을 방지하고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생성하는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 발효식품에서 미생물은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한다. 미생물은 온도, 습도, 영양분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생장하는 종류가 다르며, 생성하는 영양 물질도 다양하다.

식품의 발효 과정에서는 다양한 미생물이 복잡하게 성장과 사멸을 반복하며 단계별로 다양한 풍미를 생성하는데, 집집마다 다양한 맛과 향미를 지니는 장맛은 미생물의 종류와 환경에 따라 나오는 셈이다. 이러한 고유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전통 누룩을 수집·복원하여 우수한 발효 균주를 발굴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발효식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미생물에 유전자 분석기술을 적용하여 유전체 서열을 해독하고, 이를 통해 우수한 발효 능력과 기능성을 가진 종균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또한 발효를 일으키는 우점 미생물은 무엇이고 그 미생물이 잘 자라는 조건은 어떠한지와 같은 내용까지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우수한 풍미와 기능성을 가진 전통 발효식품을 재현하는 동시에 우리 발효식품의 우수성도 입증할 길이 열린 것이다.

세계 각 국의 고유한 발효식품에서 유래한 생물 유전자원의 중요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1992년 생물다양성협약이 채결됨에 따라 특정 지역 또는 국가의 유전자, 생물종, 생태계 등의 생물유전자원에서 얻은 모든 형태의 이익은 상호 합의된 계약 조건에 따라 배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차세대 유전자 분석기술은 우수한 전통 발효식품의 과학적인 재현뿐 아니라, 세계인의 기호에 맞는 새로운 발효식품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생물자원의 확보를 통하여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산을 지켜나가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조용선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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