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공간에 모텔과 흡사한 시설⋯10대 '들락날락'
일반음식점 허가, 경찰 등 단속 어려워 대책마련 시급
지난 7일 오후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소재 A룸카페. 카페 내부로 들어서자 긴 복도에 39개의 분리된 방이 펼쳐졌다. 3~4평 규모의 방안에는 TV와 테이블이 있었고 푹신한 매트가 바닥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방문을 닫자 방음이 잘 돼 있어 내‧외부가 완전히 차단됐다. 방문마다 유리창이 있었지만 크기가 작아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지 않았고, 불을 끄면 방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때 앳된 얼굴의 청소년으로 보이는 남녀가 과자와 음료를 들고 방안에 들어갔다. 이날 룸카페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방문해 모든 방이 꽉 차는 등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은 언뜻 보면 모텔과 유사했지만, 확연히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연령과 가격대다. 미성년자 남녀 혼숙이 금지된 모텔과 달리 룸카페는 별도의 신분증 검사 없이 누구나 1인당 1만 원만 내면 주말엔 2시간, 평일엔 무제한으로 과자와 음료를 제공받으며 밀폐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있는 B룸카페 역시 완전한 밀실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방 안으로 들어가는 수많은 남녀 청소년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룸카페에서 1년 가까이 일했다는 이모 씨(25)는 “룸카페는 밀폐된 공간 탓인지 청소년들이 주로 찾아온다” 며 “퇴실한 방을 청소하면서 쓰고 버린 피임 도구를 자주 발견했고 방안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거나 술을 반입한 청소년들도 목격해 퇴실 조치한 적도 많다”고 말했다.
밀실 형태로 영업하는 룸카페가 전주지역에서 유행처럼 번지면서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 되고 있다.
룸카페는 기존 카페와 달리 독립된 방들로 꾸며진 밀폐형 공간으로, 주로 청소년들의 이용하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논란이 됐던 일명 '멀티방'(노래 영화 게임 등을 함께할 수 있는 시설) 등이 미성년자 출입제한 업소로 지정되면서 대체재인 룸카페로 많은 청소년이 몰리고 있는 셈이다.
전주지역에서는 5~6년 전부터 룸카페가 생기기 시작해 현재 주요 번화가에서 성행하고 있다.
룸카페를 방문하는 청소년들의 목적은 데이트, 휴식 등 다양하지만 일부 애정 행각을 벌일 용도로 이용하거나 흡연, 음주 등 탈선을 위한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 2020년 7월에는 익산에서 10대 남성이 12세 여성을 룸카페로 불러 강제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접근성이 용이한 룸카페를 중심으로 청소년 상대 성범죄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지자체와 경찰은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룸카페에서 청소년들의 탈선 사례가 나와도 이를 막을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탓이다.
여성가족부가 고시한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 업소’에 따르면 ‘밀실이나 밀폐된 공간 또는 칸막이 등으로 구획하거나, 이와 유사한 시설‘이라고 적시돼있다.
룸카페 역시 밀폐된 공간이지만, 대개 청소년 출입에 제한이 없는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제재가 어렵다. 대부분 룸카페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뒤 개축을 거쳐 밀폐형 공간으로 운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관계자는 “룸카페의 경우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단속을 하더라도 계도 수준에 그칠 뿐이며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며 "관할 경찰서와 함께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청소년 탈선 점검 및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청소년들이 유해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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