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서 숨진 40대 여성 생활고에도 '미등록'
현장선 "인력난"⋯공공·민간 협력체계 절실
전주에서 40대 엄마가 숨지고 어린 아들이 영양실조 상태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 현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의 허점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 체계를 위한 업무분담이 일선에까지 미치지 않고 대상자 확보에만 치중한 현 제도에 대한 조직적인 개선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1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일 전주에서 아이를 놔두고 숨진 채 발견된 A씨(41)는 각종 공과금을 몇 년 동안 미납할 정도의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음에도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으로 등록되지 않았다.
전주시는 A씨의 생활고를 그가 숨지기 이전에 알고 있었지만 대상자를 만나지 못하고 대상자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원을 하지 못했다.
실제 지난 7월 서신동주민센터는 복지부로부터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행복 e음)이 파악한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 87명의 명단을 받았다. 해당 시스템은 정부에서 공과금 등을 3개월 이상 미납한 위기 가구를 파악해 관할 시군구에서 직접 연락을 통해 생계급여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해당 명단에는 숨진 여성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정부 행복 e음 명단 등록 통보 후 서신동 주민센터는 7월 28일 대상자 안내문 우편발송에 이어 8월 16일 전화(부재중), 8월 24일 방문(주소지 불명), 9월 4일 안내문 우체국 등기 등의 4차례의 확인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주민센터는 숨진 여성의 전화에 담당자가 누구인지, 어떤 사회적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한 문자 알림은 남기지 않았다. 또 4차례에 걸친 안내와 방문 절차과정에서 건물주 및 공과금 체납 대상 기관 등을 통한 대상자 확인 등 적극적인 위기가구 발굴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금만 더 노력해 위기가구를 발굴한 뒤 보호하고 사회복지 제도권 내에 둘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있었는데도 지자체가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휴대전화번호가 있었지만 대상자가 아닐 수 있기에 문자를 보내지 못했고 다세대 주택(빌라)이어서 주소가 등록되지 않아 확인이 어려운 부분 등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보호 대상이면서도 지원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행복 e음이 예측한 63만3075명을 일선 시군구에서 조사하도록 했는데 이 중 최종적으로 지원을 받은 수급자는 22만8009명으로 36%에 지나지 않았다. 시스템이 발굴한 범위에 비해 실질적 지원 성사 건수는 현저히 적은 셈이다.
지자체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수급자를 방문하고 상담할 일선의 사회복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회복지업무 경력 6년차인 전주시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각 동마다 수급자 수의 편차도 크고 기본 업무 외에도 복지 관련 업무 부담이 많아 대상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간적, 인적 여유가 없다“며 ”담당 인력 부족 탓에 위험도가 높은 순서로 관리하고 있어 세세한 관리 및 담당이 어려운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따르면 전주시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 담당자는 각 주민센터에 1명씩 총 35명이 배정돼 있는데 이들이 관리하고 지원할 수급 대상자는 매달 평균 500여 명이 넘는 등 일선에선 만성적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사회복지 관련 전문가는 복지체계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과 민간 차원에서의 조직적 협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지난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이 밝혀진 것도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봉사한 민간 단체와 공공 기관의 네트워크가 작동한 덕분이었다“며 ”담당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공무원과 경찰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관련 민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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