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던 날은 시간이 지나도 그날 내가 무엇을 했는지 선명하게 기억하고는 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에는 일 때문에 군부대에 갈일이 있었고, 근처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식당에서 틀어놓은 뉴스를 보고 있었다. 당시 전원 구조라는 거짓 뉴스가 계속 보도되고 있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다행이다는 생각을 했던 것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에는 변호사회에서 1박2일 경주 야유회를 갔고, 숙소에 돌아와 티비를 켰는데 정말 이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맞는 건가 싶은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하니 그렇게까지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라는 그나마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날 사망 159명, 부상 196명이라는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대형참사가 대한민국 그것도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이미 사고 전날부터 이태원 뒷골목엔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인파가 모였고, 위험한 상황이 목격되기도 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임이 인지되었다. 사고 당일 오후 6시 34분에는 압사를 언급하는 최초 신고가 접수되었고, 112신고가 경찰이 공개한 것만 11건이었다. 심지어 사고 직전인 오후 8시 33분에도 사람이 쓰러지고 있는데 현장 통제가 안된다 심각하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시민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데 누구하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미 위험 징후가 여러 차례 있었고, 사전에 6호선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 이태원로 일대 도로 통제와 같은 조치만 했어도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고 말한다.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고, 유가족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제공도 없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만 보이다 유가족들은 어느새 2차 가해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이태원에 간 것이 불법인가그 시간에 그 곳에 있었을 뿐인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국가는 헌법 제34조 제6항에 따라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하였고, 국가의 보호 아래 안전해야 할 국민들이 국가의 재난 컨트롤 시스템의 미비로 인하여 막을 수 있는 인재로 희생당한 것이다.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이태원 참사의 발생원인과 책임소재 등에 관한 진상 규명이다. 이를 위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이 이루어져야만 하고, 특별법의 주요 내용 역시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진상규명 조사, 청문회 및 특별검사 임명, 피해자 지원, 공동체 회복 지원이다. 이 당연한 내용이 참사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 참담하고,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어떠한 이유로 정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서 답답한 노릇이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 난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유족들의 요구는 지극히 당연해서 이것이 왜 이렇게 아직도 이루어질 수 없는지 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여야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둘러싼 협의가 진척이 없자 12월 21일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제안하면서 회기 내 처리를 다짐했지만 끝내 상정이 연기되었다. 유가족들은 추운 겨울날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국회 둘레 오채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도록 12월 28일 본회의에서는 부디 안건으로 상정하여 통과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아롬 변호사∙민변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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