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재구성해 새로운 지역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독서체험장·야영장·로컬푸드 등 다양한 활용 눈길
초저출산 시대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폐교'.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민간 매각에 의한 문제를 방지하고자 자체 활용과 지자체 매각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폐교를 교육청과 지자체에서 전부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 이에 일부 폐교에 대한 일반 공개 매각이 검토 단계에 있다.
체계적인 관리와 지역의 참여 유도를 통해, 폐교를 새로운 지역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한 세 가지 사례를 조명해 폐교의 민간 활용 가능성을 살펴봤다.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
"할아버지가 세운 학교가 도축장이 되도록 놔두면 호적에서 파일지도요. 하하하" - 이대건 책마을해리 촌장.
1939년 개교된 나성초등학교는 2001년에 폐교된 후 도축장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나성초 설립공로자의 증손자인 이대건 촌장이 폐교 부지를 사들여 2013년 '책마을해리'를 설립했다.
책을 매개로 마을공동체를 형성해 지역 주민과 학생들의 독서 역량을 기르고 풍부한 문화생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5일 본보와 만난 이영남 도서관장은 "지역·교육공동체, 지역문화예술 활성화를 통해 지역에 활력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 대부분은 옛 공간을 그대로 두고 내부만 리모델링을 거쳤다.
이 관장은 "나성초 졸업생이 찾아오면 '예전 그대로다'며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내부로 들어가서는 책의 위세에 한 번 더 탄성을 지른다"고 자부했다.
폐교에서 야영지로, 야영지에서 학교로
"단순한 야영장이 아닌, 도농교류의 장소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 송숙경 해밀캠핑장 대표.
12일 방문한 무주군 정천마을 '해밀캠핑장'.
덕곡, 수락, 상산, 내당, 외당 등 6개 마을 아이들이 등교하던 덕화초등학교 부지에 자리잡은 곳이다.
덕화초등학교는 1958년 개교해 45년 동안 1742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2003년 폐교됐지만, 2018년 귀촌한 송 대표 부부가 폐교 부지를 사들여 건물 내부를 리모델링해 야영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특징은 단순 야영장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지역 주민들이 모여 가죽공예, 커피, 꽃차, 치유농장 등 다양한 교육과 체험활동을 누릴 수 있는 공동체가 형성된 것.
전문적인 교육 서비스 제공을 위해 송 대표가 취득한 자격증은 요양보호사, 바리스타, 노인여가지도사 등을 포함해 9개에 이른다.
송 대표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적적해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쉼터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서민갑부' 연 매출 10억 원 폐교 식당
"무작정 시작하면 거의 망해요. 신중하게 잘 생각해야 합니다" - 김동원 옹고집쌈밥 대표.
군산시 나포면에 위치한 옹고집쌈밥.
학교 본연의 모습을 구현한 이곳은 1997년에 폐교된 서왕초등학교를 2002년에 개조해 만든 식당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타지에서 온 여행객들도 '옛날 생각이 난다'며 추억에 잠긴다.
20년이 넘도록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한 김동원 사장은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폐교 활용의 성공적인 수완가로 손꼽힌다.
김동원 사장은 "폐교 활용을 계획하는 분들은 민간인이든 공무원이든 이곳을 찾는다"며 "한 달에 적어도 5번 정도는 찾아와 자문을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폐교를 활용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지역에 대한 이해와 함께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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