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민선지방자치 출범 이후 광역단체 간 첫 통합 사례 무산
전폭적인 정부 지원 불구 권한 문제 등 갈등과 혼란만 초래 지적
전북은 기초단체 통합으로 성격 달라, 그러나 지자체 간 통합 어려움 재확인
첨예한 이해관계는 큰 과제, 권한과 이익 배분에 대한 명확한 합의 필요 등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이 공식화된 지 불과 102일 만에 전격 중단됐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시도된 광역단체 간 통합의 좌절은 지방행정 개편에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번 무산 사태는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광주·전남 메가시티 등 타 지역의 초광역화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 역시 완주·전주 통합, 새만금 메가시티 구상 등 기초단체 간 또는 권역별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이번 사례를 교훈 삼아 명확한 통합 모델과 실질적 이익, 잠재적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공식 선언으로 급물살을 탔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2026년 7월 통합 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청사 위치 선정과 기초지자체 권한 문제를 둘러싼 이견 대립으로 결국 무산됐다. 이는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을 권한과 자원의 분배를 둘러싼 근본적인 시각차가 드러난 결과로 볼 수 있다.
전북의 경우 대구·경북과 달리 광역단체 간 통합이 아닌 기초단체 간 통합 혹은 협력 체제 구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지자체 간 이해관계 조정과 주민 의견 수렴이라는 핵심 과제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사례가 전북에 지역 통합의 난제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통합 논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권한과 이익 배분에 대한 명확한 합의다. 통합으로 인한 권한과 자원 확대는 긍정적이나, 구체적인 배분 방식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 가능성이 대두된다. 이와 관련, 대구·경북 사례에서도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의 중요성이 재확인됐다.
통합의 실질적 이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대구·경북 통합 논의 과정에서 주민들이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만큼, 전북에서도 통합이 가져올 구체적인 혜택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단체장과 지역 정치권의 리더십 또한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통합에 대한 반대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력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대구·경북 통합 무산의 배경에도 정치인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작용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전북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통합 방안 모색도 강조되고 있다. 이미 특별자치도 지위를 가진 전북은 이를 활용한 독자적인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행정구역 통합이 해답이 아닌,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지역 간 협력 모델과 연계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순창 전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비수도권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통합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전북은 청사진이 없다"며 "통합 후 수행할 기능을 명확히 정의하고, 조직과 인사 문제를 어떻게 재편할지, 중앙정부로부터 보조금 확보 방안 등 예산은 어떻게 확보할지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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